더불어민주당 내달 '분리공시제'법안 발의 '2라운드'
제조사, 단말기 출고가 인하 압박 부담
통신업계, 시장 과열 책임 분산
실효성 놓고 시각 엇갈려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지원금 삼성전자가 주나요? SK텔레콤이 주나요?"
분리공시제 도입을 위한 '2라운드'가 본격 시작된다. 다음달 더불어민주당이 분리공시제 도입 법안 발의에 나서면서,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제도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분리공시제는 스마트폰 지원금의 재원을 제조사와 통신사로 각각 나눠 공시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통신 공약 중 하나다.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작과 함께 도입이 논의됐지만 당시에는 단통법에서 제외됐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단통법 개선의 최우선 과제는 분리공시제 도입"이라며 "다음달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도입을 본격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조사·통신사 온도차 여전
분리공시제는 통신업계의 오랜 과제다. 도입을 놓고 제조사와 통신사도 온도차를 보인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지원금이 공개되면, 지원금 대신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국내 마케팅 비용이 그대로 공개되면, 글로벌 영업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입을 원치 않고 있다.
같은 제조사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LG전자의 경우 삼성전자와의 '판매 장려금' 경쟁이 녹록지 않은 만큼, 분리공시제 도입이 마냥 껄끄러운 것만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도 LG전자는 도입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당시 강하게 반발했던 삼성전자는 "우려 있으나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는 입장 밝혔으나 여전히 분리공시제 도입에 부담이 적지 않은 상태다.
통신업계는 마케팅 비용이 드러난다는 점은 우려되지만, 도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현재 과도한 마케팅으로 시장 과열이 일어날 때마다 규제의 화살이 통신업계에 집중됐던 상황이다. 시장 과열 책임을 제조사와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업계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분리공시제, 가계통신비 부담 진짜 낮출까?
분리공시제 도입이 실제 가계통신비 비용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시각도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첫 도입 논의가 있었던 과거와 현재의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공시지원금 대신 선택약정 25% 요금할인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실제 분리공시제로 인한 요금인하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반면, 통신비가 아닌 휴대폰 출고가 자체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분리공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출고가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소비자들 요구가 적지 않은 만큼, 분리공시제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