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첫 여성 CEO ‘리틀 이건희’ 이부진 이서현은 한국인 첫 美패션디자이너協 위원
24세 때 재계 최연소 임원 된 정유경 조현아는 호텔업계 최초 여성 대표이사 GS家 유일한 경영 참여 여성 허인영
[특별취재팀] 재계가 지금 ‘딸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국내 재벌가 3~4세대, 4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경영일선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그동안 재벌가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꺼려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미술관 경영 정도였다. 이제는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해 다양한 영역에서 눈부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계 최초ㆍ최연소 수식어를 달고 재계 실세가 된 재벌 3세 ‘뉴도터스’(new daughters). 그들의 활약상을 알아봤다.
▶삼성가(家) 최초의 여성 CEO=현재 재벌가 3~4세 여성 중 가장 돋보이는 이는 삼성가의 맏딸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이다. 2010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家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기록됐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에 참여한 후 호텔신라를 새롭게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는 인천공항, 제주공항을 비롯해 싱가포르 창이공항, 마카오공항 등의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호텔신라의 핵심사업으로 키워냈다.
이 사장은 냉철한 판단과 꼼꼼한 추진력, 세부적인 경영사안까지 직접 챙기는 경영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외모는 물론 평소 성격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닮아 삼성 안팎에서 ‘리틀 이건희’로 통하기도 한다.
이 사장은 특히 재벌 3세 ‘뉴도터스’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8.37%, 삼성종합화학 4.95%의 지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사장이 보유한 지분의 주식가치는 1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로 보면 한국 14번째, 전세계 1191번째 부자다.
▶한국인 최초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 위원=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41)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2010년에 한국인 최초의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이사회 멤버가 되면서, 제일모직의 디자이너 브랜드인 ‘구호’를 미국 뉴욕 시장에 진출시키는 등 패션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사장은 특히 2005년 한국디자이너 후원을 위해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출범시키는 등 디자인 유망주를 발굴하고, 제일모직 60년 역사상 첫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2012년에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류를 접목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 ‘노나곤’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직원들과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사내행사 뿐만 아니라 경조사까지 잘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도 언니 이부진 사장과 똑같이 제일모직 지분 8.37%를 보유하고 있는 등 그의 주식 가치는 1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 사장은 국내 16위, 전 세계 1310번째 억만장자에 해당된다.
▶재계 최연소 임원=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동딸인 정유경(42) 신세계 부사장은 24세때인 1996년 입사와 함께 등기이사에 올라 가장 어린나이에 임원이 된 경우다.
정 부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보로 입사, 자신의 전공을 발휘해 호텔에 업계 최초로 비주얼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조선호텔의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부터는 신세계로 옮겨 패션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어머니 이명희 회장 못지않은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답지 않은 카리스마와 함께 사소한 일도 직접 챙기는 스타일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늘 긴장하게 만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스타벅스의 매장을 빼고 그 자리에 떡방을 입점하는 파격적 시도를 했으며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가운데 신세계(2.52%), 이마트(2.52%), 신세계인터내셔날(0.43%) 등 3개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정 부사장의 보유 상장주식 가치는 2059억원이다.
▶호텔계 첫 여성 대표이사=한진가 맏딸인 조현아(40)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로 입사했다. 이어 기내판매팀장 등을 거쳐 2005년 상무보에서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하고 2007년 한진그룹의 호텔사업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2009년에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승진해 호텔업계에서 오너가 여성이 대표이사에 오른 첫 사례를 기록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건립 추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건립 중인 윌셔그랜드호텔 등 그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 취임한 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대표는 현재 대한항공 부사장도 겸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각각 1.08%, 한진 0.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유 상장주식 가치는 299억원이다.
▶GS家 최초 경영참여 여성=GS그룹 경영권 승계는 엄격한 유교적 가풍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S家에서 허완구 승산 회장 딸인 허인영(42) 승산레져 대표 외에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은 없다. 허완구 회장은 고(故) 허만정 LG그룹 공동 창업자의 5남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작은 아버지다.
허인영 대표는 승산 레져부문의 경영을 총괄하지만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려 사생활이 알려진 것은 없다. 그는 GS의 지분을 143만2886주(1.54%) 보유하고 있다. 승산이란 사명은 허만정 창업자의 고향인 경남 진주 승산마을의 이름을 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