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트 3700억 자산보유 1위 존스·비카리·쿤스 등 뒤이어
재미교포 작가 데이비드 최 페북서 주식받아 부호대열에
고가의 미술 작품은 슈퍼리치의 재산 목록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화가가 벌어들인 수입이 얼마인지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술 작품이 경매가 아닌 화랑에서 거래될 경우 고객이 원치않으면 가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어림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가 생존하는 가장 부유한 화가로 꼽히고 있다.
▶생존작가 재산 톱(TOP)5는=지난해 싱가포르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는 전세계에서 생존하는 화가 가운데 데미안 허스트가 가장 재산이 많다고 밝혔다. 그의 순자산은 3억5000만달러(약 3700억원)로 추산됐다. 이어 재스퍼 존스(2억1000만달러), 앤드류 비카리(2억1000만달러), 제프 쿤스(1억달러), 데이비드 최(1억달러)가 재산 순위 5위 안에 들었다.
허스트는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가 가득 찬 유리 진열장 속에 넣은 작품 등으로 유명하다. 죽은 상어를 소재로 만든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은 지난 2005년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유명 컬렉터 스티브 코헨이 800만파운드(약 137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허스트는 지난 200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단일 작가 경매인 ‘뷰티풀 인사이드 마이 헤드 포에버’를 개최, 1억1100만파운드(약 1879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위를 차지한 재스퍼 존스는 미국 작가로 성조기 등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그의 작품 가운데 ‘잘못된 출발(False Start)’은 2006년 헤지펀드 매니저 켄 그리핀에게 8000만달러(약 850억원)에 팔렸다.
3위인 앤드류 비카리는 갑부나 유명인사들의 초상화를 그려 명성을 쌓았다. 비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궁정 화가로 활동하며 왕족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미국의 유명 팝아티스트인 제프 쿤스는 강아지 모양의 풍선 인형과 같은 작품들을 만들어 고가에 팔고 있다. 지난해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린 경매에서 제프 쿤스의 대형 스테인리스스틸 조각 ‘풍선강아지’는 5840만달러(약 624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최근 4년간 생존 작가의 작품 경매 가운데 최고가다.
국내에서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제프 쿤스의 ‘리본 묶은 매끄러운 달걀’을 사들인데 이어 신세계백화점도 본점 옥상정원에 그의 작품 ‘세이크리드 하트’를 설치했다. 재미교포 작가인 데이비드 최는 지난 2012년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 당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는 페이스북이 처음 본사를 설립했을 때 내부 벽면에 그래피티를 해준 대가로 현금 대신 페이스북 주식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이 상장할 당시 데이비드 최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2억달러(약 2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밖에 부자 작가는=지난 2012년 미국 잡지 콤플렉스도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예술가 15인 명단을 발표했다. 콤플렉스는 작가들이 실제 작품 판매로 벌어들인 수입 등을 토대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1위는 웰스엑스의 집계와 마찬가지로 데미안 허스트였지만 재산 추정치는 10억달러(약 1조600억원)로 큰 차이가 났다. 2~5위는 제프 쿤스(5억달러), 재스퍼 존스(3억달러), 데이비드 최(2억달러), 앤드류 비카리(1억4200만달러)로 순위와 금액은 달랐지만 톱(TOP)5는 같았다.
6위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1억달러)가 차지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아 캐릭터 등을 소재로 삼은 작품들을 선보였고,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어 아니시 카푸어(7위ㆍ8500만달러), 안토니 곰리(8위ㆍ5000만달러), 게르하르트 리히터(9위ㆍ4000만달러), 데이비드 호크니(10위ㆍ4000만달러), 신디 셔먼(11위ㆍ3500만달러), 리처드 프린스(12위ㆍ3000만달러), 안드레아스 거스키(13위ㆍ3000만달러), 척 클로스(14위ㆍ2500만달러), 게오르그 바젤리츠(15위ㆍ2000만달러) 순이었다.
영국 출신 팝아티스트인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생인 노(老)화백이다. 그는 지난해 아이패드, 아이폰을 활용해 그린 그림들을 전시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15위 안에 든 유일한 여성인 신디 셔먼은 미국의 사진작가다. 신디 셔먼은 영화 속 여주인공 등으로 분장해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해왔다. 그녀의 사진 ‘무제#96’은 지난 2011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90만달러(약 41억원)에 낙찰됐다. ‘무제#96’은 당시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 작품이었지만, 6개월 뒤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II’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0만달러(약 46억원)에 팔리면서 2위로 밀렸다.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