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이수후 소감문 제출 요청…일부 중앙계단·엘리베이터 이용금지도
학생단체 “교수 돌아와서는 안된다”…파면 주장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대학원생 제자를 지속적으로 성희롱하고 갑질을 일삼은 의혹을 받는 서울대학교 음대 B교수에 대해 서울대 인권센터가 12개월 이상 정직 외에 ‘성인지 감수성 교육 이수’와 ‘음대건물 등 출입금지’ 요청을 함께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대 주요 학생회를 비롯한 ‘B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학교에 B교수가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된다”며 파면을 주장하고 있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 인권센터는 B교수의 일련의 행위가 인권센터 규정에 따른 성희롱과 인권침해에 해당함을 명백히 하고, B교수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인권존중 교육 이수와 함께 음대·중앙도서관 등 일부 건물 출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인권센터는 결정문에서 이미 알려진 12개월 이상 정직처분에 더해 B교수가 지정 기관에서 성인지 감수성 증진교육 30시간과 인권존중 관련 18시간 교육을 이수할 것을 요청했다. 교수는 이수 후 인권센터에 이수 확인증과 소감문을 제출해야 한다.
인권센터는 또 B교수가 신고인의 박사과정 수료시까지 음악대학, 중앙도서관, 학생회관 등에 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신고인의 수료 후 졸업시까지 교수가 종합교육연구동을 출입할 때 중앙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는 안 되며, 음악대학 출입시에는 신고인과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세부적인 규정도 포함됐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례적으로 출입금지까지 명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시급함은 물론, 일반적인 성희롱 이상의 심각성도 파악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징계위원회에서는 인권센터 결정을 참고로 결론을 내리나, 그간 사례를 보면 인권센터 결정이 징계위 최종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B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정직이나 출입금지 조치를 넘어, 교수 파면을 요청하고 있다. 성희롱과 갑질 의혹을 받는 교수로부터 수업받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B교수는 지난해 신고학생과 함께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했을 때 새벽시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음성과 영상으로 연락을 시도하고, 신고인의 숙소로 찾아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고인에게 건강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그 결과를 캡처하거나 식사한 내용을 사진 찍어 보내는 것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사생활에도 지나치게 간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교수는 “방을 찾아간 것은 길을 잃었기 때문이며, 지도학생의 요청에 따라 생활을 관리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언젠가 학교에 돌아온 교수를 만날까 걱정하고 싶지 않고, 더욱 공부하고 싶은 열정에 숱한 인권침해를 감수하고 싶지도 않다”며 “학교가 B교수를 파면시키지 않고 다시 교육자로 받아준다면 서울대에 다녔던 기억 자체가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