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기간 협력사에 740억 인센티브

10년간 지원액의 20% 이상 쏟아부어 육성

반도체 인재육성-산학협력 통해 ‘미래투자’

친환경경영 통한 지역사회 상생모델도 구축

“사회와 함께 성장…100년 기업의 길” 강조

삼성전자 직원(오른쪽)과 이오테크닉스 직원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직원(오른쪽)과 이오테크닉스 직원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품·소재 자립을 통한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재천명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른바 ‘K칩 시대’ 선도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특히 25일 발표된 삼성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 청사진에는 이 부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동행’ 비전이 담겼다.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상생 협력’이 필수라는 인식의 발로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삼성이 전방위적인 액션 플랜(실행 계획)을 구체화하며 반도체 소재·부품 자립 노력에도 최근 잇따라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작년 4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도체 상생협력 철학 기반 강력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삼성전자의 국내 협력사들에 대한 지원과 협업은 작년 7월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수출규제 도발 이후 한층 강화했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가 협력사에 지급한 인센티브만 740억7000만원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우수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급한 총 인센티브 3476억5000만원 가운데 5분의 1 이상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오는 7월부터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등 국내 주요 설비협력사, 2~3차 부품 협력사와 설비부품 공동개발에 본격 돌입한다. 설비사가 필요한 부품을 선정하면 삼성전자-설비사-부품사가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설비부품의 개발과 양산 평가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중소 설비·부품사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와 품질 노하우를 전수하는 맞춤형 컨설팅도 진행한다. 아울러 삼성전자에 신청한 24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총 9개 분야에 대해 전방위적인 경영자문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 팹리스 지원정책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정부와 반도체 업계 공동으로 1000억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유망한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업체를 발굴하고 투자할 예정이다.

이달에는 중소 팹리스 업체가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 Cloud Design Platform, SAFE-CDP)’을 출시하기도 했다.

반도체 우수인재 육성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학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국책 반도체 특성화 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에 반도체 Asher(공정장비), AFM(계측장비)을 기증해 학생들이 반도체 제조 공정을 직접 실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올해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서울대학교와 함께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환경 보호를 통한 지역사회와 상생 실천에도 팔을 걷었다. 지난 2019년 말부터 기흥캠퍼스 주차타워에 1,5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 중이며 오는 7월부터 기흥 일부 사무공간의 전력을 대체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다바이스솔루션(DS)부문 ‘환경안전연구소’에서는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절감과 재활용률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 ‘책임경영’…기술경쟁·불확실성 위기 넘어설 방책=이날 발표된 이재용 부회장의 ‘K칩 시대’ 구상에는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 철학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올 1월 DS 사장단과의 회의 자리에서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함께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의 이번 반도체 생태계 구축 방안이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의 선도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선 글로벌 기술경쟁 심화와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 증폭도 반도체 생태계 조성 가속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첨단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짐,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자 거듭 위기 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들어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회의 소집, 현장 방문, 투자 발표 등 경영 활동이 공개된 것만 7차례에 달한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