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투자자도 양도세 납부…현재는 대주주만 내

금융소득 상위 5%가 2조원 세금 납부 효과

대신 증권거래세 0.1%p 인하…증권거래세 폐지 여지만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주식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는 마이너스를 메울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혜택은 손해를 본 해로부터 최대 3년까지 유효하다. 대신 0.15%의 증권거래세는 납부해야 한다. 그 대신 고소득자는 현재보다 최소 10배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은 부자 증세, 서민 감세로 요약된다. 과세 형평성 강화다. 주식투자로 이득을 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반대로 손실을 낸다면 세금을 내지 않는 식이다.

먼저, 오는 2023년부터 모든 주식거래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현재는 대주주만 내고 있지만 이제는 소액 투자자들도 양도세 납부 대상이 된다. 주식을 얼마 보유하고 있는지는 상관없다. 얼마나 벌었는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이라는 새로운 분류과세를 도입한다. 주식·채권·펀드를 팔아 얻는 시세차익이 대표적이다. 원금 손실이 없는 예·적금이나 저축성 보험, 채권 이자 등은 제외된다.

코스피가 1%대 급락 출발한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1.06포인트 내린 2130.45,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69포인트(1.28%) 내린 749.81로 출발했다. [연합]
코스피가 1%대 급락 출발한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1.06포인트 내린 2130.45,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69포인트(1.28%) 내린 749.81로 출발했다. [연합]

금융소득을 계산할 때 손익통산과 이월공제, 기본공제를 적용한다. 모든 투자 소득을 합산하기 때문에 현재처럼 주식 투자에서 손실을 보고, 펀드에서 수익을 냈을 때 세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사례가 사라진다.

동시에 3년 동안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다. 만약 올해 주식·펀드 투자에서 2000만원의 손실을 냈다면 향후 3년 동안 손실금을 메울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금융소득 2000만원까지는 기본공제도 된다. 2000만원 이상 번 금액부터 과세 대상이다. 2000만원 정도까지는 소득이 많지 않으니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의미다.

손익통산과 공제를 거친 후 남은 과세표준이 3억원 이하면 양도세율 20%, 초과한 금액에 대해선 25%를 적용한다.

이러한 세제 개편으로 연간 약 2조4000억원의 양도세를 거둬들일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했다. 주식투자자 약 600만명 중 금융소득 상위 5%인 30만명이 낼 세금이다.

추가적으로 걷는 양도세 규모만큼 증권거래세를 인하한다. 2023년부터 현행 0.25%에서 0.15%로 0.1%포인트 떨어진다. 양도세를 내지 않는 투자자 약 570만명은 거래세 인하로 세부담이 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서 "최근 금융시장은 신종 금융상품의 출현 등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복잡한 금융세제는 금융투자에 애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금융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거듭나기 위한 금융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서 "최근 금융시장은 신종 금융상품의 출현 등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복잡한 금융세제는 금융투자에 애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금융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거듭나기 위한 금융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로선 금융세제 개편으로 걷을 추가적인 세수는 없다. 그러나 고소득자들은 이전에는 내지 않았던 양도세를 내야 해서 세금을 현행보다 10배 이상 더 내야 한다. 일종의 '부자증세'다.

업계서 강력히 요구했던 증권거래세 전면 폐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소득 2000만원까지는 기본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거래세를 부과해 부족한 세수를 메워야 한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이 때문에 양도세를 내는 투자자가 거래세까지 부담하는 '이중과세'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지는 남겨뒀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는 양도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증권거래세까지 면제할 수는 없었다"며 "다만 금융세제 개편으로 세수 증가분이 있다면 그에 맞춰 거래세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