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와 와인을 집에서
쇠고기·와인용품 판매 50%↑
마트에 백화점·편의점까지 와인마켓
호텔도 테이크아웃 메뉴 개발 박차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올해 결혼 10주년을 맞은 A씨(41)는 결혼기념일이 앞두고 고민이 커졌다. 신랑과 함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싶지만, 최근 집 근처 식당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어 외출하기가 무서워진 탓이다.
‘집밖은 위험해’라는 생각이 스쳐간 찰라, 직장 동료가 기념일에 집을 레스토랑처럼 꾸며 근사하게 보냈다는 말을 듣고 따라해보기로 했다. 유튜브를 통해 안심 스테이크 레시피를 배우고, 온라인몰에서 향초와 촛대, 와인 디캔터를 샀다. A씨는 “결혼기념일에 직접 만든 스테이크와 미리 준비한 와인으로 홈스토랑 분위기냈다”며 “조금 서툴긴 했지만 만족할만한 식사였다”고 말했다.
“집밖은 위험해!”…집을 레스토랑처럼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자 다시 외출 공포증이 커지는 양상이다. A씨처럼 감염 우려에 기념일에도 외출을 못하는 상황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터. 덕분에 집에서 레스토랑처럼 근사하게 차려 먹는 ‘홈스토랑’ 아이템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와인을 곁들인 근사한 요리와 플레이팅으로 레스토랑 못지 않은 분위기를 내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몰 옥션이 최근 한 달(5.18~6.17) 간 카테고리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홈스토랑의 대표 아이템인 와인과 식재료, 아이템 등의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와인용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나 급증했다. 와인을 여러 병 구매해 집에서 제대로 보관하기 위한 와인셀러는 매출이 51%이나 늘었다. 보다 깊은 와인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한 와인디캔터는 60% 더 팔렸다.
레스토랑 메인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식재료도 인기다. 소고기는 최대 51%, 투움바 파스타나 감바스 등의 주재료인 새우는 58% 더 팔렸다. 서양요리의 가니쉬(곁들여 먹는 음식)로 자주 쓰이는 피망·파프리카는 53% 더 팔렸다. 스파게티·파스타면과 또띠야도 각각 37%, 26% 매출이 신장했다. 버터는 매출이 2배 가까이(98%) 늘었다.
“홈족을 잡아라”…와인·테이크아웃 메뉴 확대
홈스토랑이 각광을 받으면서 유통업체들도 와인 매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시작된 ‘와인전쟁’에 올해는 백화점과 편의점까지 참전한 모양새다. 특히 주세법 개정으로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일부 허용되자 가장 먼저 뜨거워진 시장이 바로 와인 시장일 정도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테이블 와인부터 그랑크뤼급 고급 와인까지 구색도 다양하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이마트24다. 편의점을 주류 특화 매장으로 설정, 지난해 1월부터 와인 큐레이션 업체 앱(App)에서 고른 와인을 고객이 지정한 이마트24 매장에서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GS25도 지난해 12월부터 와인 예약서비스인 ‘와인25’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600여 매장에서시범 운영 중이다. 해당 편의점의 와인 매출이 70% 이상 늘자, 스마트 오더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매장에서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1년에 한번 하던 와인 세일도 상시화 해 고객들 발길을 잡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9일부터 1주일 간 ‘상반기 와인 결산전’을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경기점, 광주점, 마산점에서 펼친다. 이곳에 가면 와인을 최대 75%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도 내달 말까지 와인 7종에 대해 2병에 1만원, 3병에 9900원인 ‘와인 골라담기’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집에서도 고퀄러티의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호텔들도 테이크아웃 메뉴를 확대하는 추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홈파티에 쓸 수 있는 친환경 무항생제 닭으로 만든 프리미엄 치킨 2종을 판매 중이다. 불도장으로 유명한 홍연이 있는 웨스틴조선호텔은 불도장을 도시락으로 구성해 판매한다. 도시락 용기를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니라 도자기 그릇을 사용해 덜어먹을 필요가 없다.
옥션 관계자는 “외출이 어려운 요즘 집에서도 근사한 한 끼를 차려 먹는 ‘홈스토랑’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각종 미디어를 통해 레시피 등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고, 재료나 용품 등을 구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