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회장 ”영리기업 아닌 협동조합“…돈벌이 ‘수치’ 아닌 사람 ‘가치’ 추구, 포용·상생의 금융 넓힐 것
“협동조합입니다. 영리기업이 아니에요. 사람을 돈으로 보지 않아요. 신협이 돈을 벌면 조합원과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김윤식 신용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약 2시간에 걸친 인터뷰 시간 가운데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언급한 것은 ‘협동조합 정신’이다. 사람은 돈벌이를 위한 ‘수치’가 아닌, 그 자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말도 보탰다.
‘사람’을 중시하는 신협 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두자녀 부모를 위한 대출이다. 최대 3억원까지 빌려주는데, 이자가 연 1.5%다.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없는 금리다. 장사로만 보면 밑진다. 그래도 한다. 돈을 버는 게 목표가 아니라 두자녀 부모를 응원하는 게 목표여서다.
고금리대출에서 서민을 구제하기 위해 기획된 ‘815 해방대출’ 등도 모두 사람을 ‘수치’가 아닌 ‘가치’로 봤기에 가능했던 대책들이라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그래서 신협은 돈을 더 벌어야 한다. 더 벌어야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서다.
김 회장과의 대화의 시작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여신영업구역 확대’ 약속을 받은 안건부터 시작됐다. 지난 5월 20일 금융위는 신협에 ‘여신영업구역 확대’를 약속했다. 애초엔 신협의 공동유대 광역화를 골자로 한 신협법 통과가 기대됐지만 불발됐다.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여신구역 확대를 약속받은 것은 신협의 오래된 숙원 사업 가운데 일부를 해소한 것으로 꼽힌다.
▶여신영업구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 현재 신협은 여신구역이 시군구 단위로 쪼개져 있다. 이 제한이 풀리게 된다. 최근에 금융사들이 돈을 가장 많이 벌었던 여신 프로젝트가 부동산 대출 아니었나. 여신구역이 제한돼 있어서 신협은 여기에 참가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우량대출이나 규모가 큰 대출들이 다른 상호금융권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남아있는 작은 대출들만 하다보니 어려웠다. 이제는 대형 신협들이 뭉쳐 우량대출시장 발굴이 가능해진다.
상호금융업권 사이 경쟁이 되려면 (여신구역 등은) 동일한 조건이어야 한다. 유일하게 신협에게만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달리고 있었던 것이 그간의 신협의 상황이었다. 이제서야 협소한 시·군·구를 벗어나 광역화된 범위 내에서 여신 영업이 가능해졌다.
▶영업구역 제한이 풀리면 신협 간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상위 5%내에 드는 대형조합들은 시중은행 등 다른 대형금융기관이나 상호금융사와 경쟁한다. 이들이 큰 판으로 나가면 작은 조합한테 그만큼의 여지가 생긴다. 이제 대형조합은 외부와 경쟁하기도 바쁘다. 전체 ‘파이’가 커지는 효과다.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에는 신협 간의 협동도 포함한다. 신협끼리 다툼이 생긴다는 것은 신협의 철학을 모르는 사람들이 가지는 기우다.
신협은 이미 수년 전부터 선도조합제도를 통해 협동조합 간 협동을 실천하고 있다. 선도조합제도는 쉽게 말해 멘토신협이 멘티신협에게 경영노하우 전달, 워크샵, 직원교차근무, 수익지원 등 인근 신협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엔 목표기금제도 도입하셨다.(목표기금제는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일정액 이상의 자금(목표기금)을 금융사가 확보했을 경우 금융사가 예금자보호기금에 내야하는 출연금을 감경 또는 감면해주는 제도다. 목표기금제 대상이 된 금융사는 출연금을 감면 받을 수 있게 되고, 감면된 출연금 만큼 당기순이익이 높아져 수익성도 호전된다. 이 때 ‘일정액’을 정하는 주체는 기금관리위원회다. 농협 새마을금고 등은 이미 목표기금제를 시행중이고, 신협은 지난해 7월부터 목표기금제를 시행중이다)
-그 동안 타기관 대비 과도한 보험요율로 경영상 어려움이 컸다. 이같은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취임 첫해 목표기금제를 도입할 수 있었다. 목표기금제로 조합의 출연금 부담은 줄고 재무건전성도 개선될 수 있다. 아주 큰 도움이 됐다. 당장 지난해 360억 원 가량의 순이익 증가효과가 발생했다. 올해는 2배 이상 증가한 약 800억원의 순이익 효과가 기대된다.
목표기금제는 일시적으로 한 해 동안만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목표기금제에 따른 출연금 감액은 지속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므로 앞으로도 조합에 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억 대출에 1.5%다. 자선단체 아닌가.
-인구 절벽을 걱정했다. 두자녀 이상인 부부가 집을 살 때 1.5%의 이율로 대출을 해줬다. 현재는 정기예금 금리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한 상품이 아닌 사회공헌 금융상품이다. 내년에는 한자녀 가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윤극대화가 목적인 여러 시중은행들은 절대 못하는 것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위험에 신협이라도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했다.
▶사회공헌 활동인가. 금융상품으로선 이해가 어렵다.
-어떻게 신협 정신을 지킬까를 고민을 많이 한다. 신협은 이윤보다 사람을 중심에 둔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이다. 불특정 주주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와 다르다. 조합원들에게 배당하며 조합원과 지역을 위해 투자한다. 애초에 신협의 목적은 상생과 나눔이다. 금융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다.
앞서 언급한 815대출 뿐만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어부바효예탁금, 고용산업 위기지역에 제공한 250억원 규모의 무이자 무담보 대출, 고리사채로 고통받는 자들을 위한 815해방대출 등도 사회공헌형 상품이라 볼 수 있다.
신협 조합원이 약 600만명에 달한다. 전국민의 30%다. 조합원이 주인이자, 국민이 곧 주인인 조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기 손해 나면 못하게 하는 곳과는 신협은 다르다. 우리는 주주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일반 금융사들과는 태생이 다르다.
▶일반 금융회사와 비교해 연체율이 조금 더 높게 나온다.
-현재까지 신협은 대출 영업이 제한돼 있었다. 예컨대 신협은 서울의 A구에서만 대출을 해야 했다. 상대적으로 타 금융사들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고객들에게까지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연체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 영업구역 확대로 저신용자들이 돈 빌리기 어려워 지는 것인가
- 이게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지역내 저신용자 외면하고 타지역 우량고객에게 매달리는 구조가 아니다. 영업구역 확대로 우량대출의 공급이 늘어나면 이는 신협의 수익성, 성장성, 건전성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저신용자와 금융소외계층에게 폭 넓은 금융서비스를 확대할 바탕이 된다. 신협은 이익이 나면 조합원에 배당을 한다. 신협 조합원이 되려면 조합이 정한 출자금 1좌 이상만 출자하면된다. 보통 1좌는 1만원에서 10만원 내외다. 신협의 건전한 성장은 지역사회 기여를 넓히는 선순환 구조다.
단적인 예로 작년 신협에서 출시한 신협 8.15대출이 그러하다. 작년 8월에 출시한 815대출은 고금리 대출로 고통받는 2만명을 구제하며 신협 정신을 고스란히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각종 제약으로 신협을 이용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신협이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지난 60년간 항상 그래왔듯이 신협은 허리가 휘더라도 서민들을 든든히 ‘어부바’할 것이다.
정리=홍석희·박자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