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가요계의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은 강력한 팬덤을 거느린 K팝 기획사다. 지금도 홍대의 인디 뮤지션과 작은 레이블 소속의 뮤지션들은 코로나19가 강타한 현장에서 현실적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한 중소 레이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점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K팝 가수들은 랜선 공연으로 지금의 위기를 타계하고 있지만, 페스티벌이나 공연 등에서 강세를 보이는 뮤지션들은 공연을 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이 음악 활동 최악의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위기는 기회가 아닌 위기였다. 방송 출연의 기회도 없는 데다, 홍대 클럽에서의 작은 공연으로 팬들과 만나며 노래를 발표해왔던 뮤지션들은 음원을 내도 알릴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지니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인디 록밴드 코코토바 멤버 됸주는 최근 열린 코로나19 음악산업계 대응책 논의 세미나에 참석해 “6월 30일에 앨범이 나와 공연을 할 예정인데 여러 가지로 부담이 있다”며“공연을 하자니 사회적 분위기로 압박이 심하고, 안 하자니 팬을 만날 기회도, CD를 판매할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라이브 공연을 열었는데, 공연장을 꽉 채우면 50명 정도 들어가는 규모였으나, 코로나19로 인원수를 제한해 스무 명 정도만 받았다”며 “공연은 매진됐지만, 관객을 적게 받는다고 티켓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제공]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제공]

든든한 소속사의 지원이 없는 홍대 뮤지션들의 경우 현실적인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앨범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연습을 위한 합주실 대여 비용, 공연장 대관료 등 큰돈이 들어갈 일이 많은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며 마스크, 손 소독제, 마이크 커버 구매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심지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민간 합주실은 방역 지원은커녕 손소독제도 구비되지 않고 있다.

돈쥬는 “민간 합주실에서의 방역이나 마이크 커버, 손소독제를 개개인 뮤지션에게 지원해주고, 관객을 줄여 공연을 할 경우 (정부에서 대관료 등을) 절반 정도 지원해준다면 뮤지션들이 합주비는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디 뮤지션들의 이러한 호소에 최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에선 인디 뮤지션에게 마이크 커버와 손소독제 및 손소독겔 등을 지원했다.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품 구비도 힘든 상황이기에 ‘랜선 공연’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랜선 공연’이 성과를 거둔 것은 SM,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K팝 기획사들이다. 최근 열린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 ‘방방콘’은 팬클럽 2만 9000원, 일반 3만9000원의 티켓 가격으로 전 세계 75만 명의 관객을 ‘랜선’으로 연결했다. 티켓 수익만 해도 200억원이 넘었으며, 굿즈와 같은 관련 상품은 60만개 이상 팔려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최첨단 기술력을 총동원해 오프라인 공연 못지않은 현장감을 살리고 실시간 소통까지 가능하게 한 점은 ‘미래형 공연’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거대한 팬덤을 확보한 K팝 가수들이기에 온라인 유료 공연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본의 힘’이 코로나19라는 현재의 위기도 기회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인디 뮤지션들이 랜선 공연을 하기 위해선 장소 대관, 영상 촬영, 음향 등 제작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돈 쥬는 “유튜브로 라이브를 진행한다고 해도 아이돌 가수한테는 밀릴 수 밖에 없다”며 “K팝 가수들의 공연은 영상부터 음향까지 완벽하게 만들어 나오지만, 우리의 경우 악기 소리가 밸런스가 잘 맞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음향 시스템이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페스티벌이나 공연은 특정 가수의 팬덤이나 외모, 음악 성향 등등을 떠나 그 공간에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기회가 있지만, 온라인 공연은 인디 뮤지션에겐 더 어려운 환경이다. 음향과 영상 촬영 등의 지원이 없다면 힘들다”라고 말했다.

중소 레이블 관계자는 “홍대나 페스티벌 위주로 활동하는 경우엔 직접 만나 대면 공연을 해야 음악과 뮤지션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며 “많은 뮤지션들이 페스티벌 등을 통해 자신의 노래를 알리고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뮤지션의 공연을 오프라인도 아닌 온라인에 비용을 지불하며 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랜선 공연’은 코로나 시대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돌 그룹 이외의 다른 음악을 하고 있는 대중음악인들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시각이다. 그렇다고 인디뮤지션과 같은 대중음악인들이 온라인 공연을 열 수 있는 정책이나 지원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온라인 공연 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니 모든 지원과 관심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개인적으로 온라인 공연이 더 커질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SM이나 빅히트 등은 네이버와 협업을 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유료 공연을 정착시켰으나, 중소 레이블은 음악을 노출할 창구도, 유료 공연을 할 수 있는 플랫폼도 없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윤 부회장은 “중소 레이블은 물론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는 공동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하겠지만, 당장 가능하진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