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물 2000억 투자자 모집 ‘실패’

미매각분 10%지만 회사엔 부담

원인은 단기물 사전수요조사 미흡

A-급 사조산업도 200억 모두 미달

A0급 NS쇼핑·AA-급 LF는 ‘흥행’

순항 중이던 금융지주사의 회사채 발행에 제동이 걸렸다. 농협금융지주의 3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면서다. 특히 농협금융지주의 신용등급이 최상위인 AAA급이어서 당사자는 물론 시장도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전일 3년물과 5년물로 2000억원씩 총 4000억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5년물은 2000억원 모집에 3800억원이 몰렸으나, 역시 2000억원 모집의 3년물은 1800억원의 자금만 들어왔다. 200억원 미매각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신용등급이 한 단계 아래인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포함해 금융지주사의 채권 발행은 대부분 흥행해왔다. 높은 신용등급에 따른 안전성과 매력적인 금리 덕분이다.

이달 3일 2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수요예측을 했던 우리금융지주는 4150억원을, 12일 BNK금융지주는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수요예측서 2220억원을 받아 모두 흥행했다.

하지만, 이번 농협금융지주의 3년물 일반 회사채는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하면서 다른 결과를 보였다.

앞서 농협금융지주는 마이너스(-) 10베이시스포인트(bp)에서 10bp의 금리밴드를 제시했는데 5년물은 10bp까지 총 3800억원이 들어왔고, -3bp에 2400억원이 들어와 완판됐다.

그러나 3년물은 9bp까지 1800억원만 들어와 200억원이 미매각됐다.

농협금융지주의 3년물 흥행이 실패한 이유는 단기물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에 미흡한 점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농협금융지주의 금리밴드 구간이 넉넉하지 않았고, 시장에서 3년물보다 5년물의 수요가 더 높은 가운데 3년물의 발행물량을 너무 많이 배정했다”며 “단기물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가 부족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와 같은 최상급 회사채는 주로 보험사에서 매수하는데 만기가 긴 편을 선호하는 보험사가 3년물에는 많이 들어가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농협금융지주는 7년만에 저조한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농협금융지주는 2013년 6월 27일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서 1100억원만 들어와 회사채 수요예측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 결과에 농협금융지주와 대표주관사 등 관련 증권사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이번 농협금융지주의 회사채 대표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전일 농협금융지주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종료된 이후 지주사 측에서 해당 결과에 대한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다”며 “미매각 규모가 크진 않지만, 금융지주사의 미매각이라는 상황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사조산업(A-)도 회사채 수요예측서 쓴 맛을 맛봤다. 3년물로 200억원 모집에 전액 미달이 발생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난관에 봉착했다.

반면, NS쇼핑(A0)과 LF(AA-)는 각각 600억원 모집에 1190억원, 700억원 모집에 2650억원을 받아 회사채 수요예측서 흥행했다. 이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