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수도권 할 것 없이 ‘신고가’
급매물 소화 강남권 1억~2억 ↑
강북 전세수급지표 174 넘어서
44개월만에 최악의 ‘매물 품귀’
# 2018년 입주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2년 전 입주 시점에 전세 계약을 한 이가 재계약을 하려면 3억원을 더 올려줘야 한다. 입주 당시 84.9㎡(이하 전용면적)의 전세가는 11억원이었지만 이달 6일에는 14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숨을 고르던 서울 아파트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전세시장도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특히 절세용 급매물이 소화되며 다시 억 단위로 값이 뛴 강남 지역은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서울 반포의 고속터미널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동네 신축은 다시 1~2억원 가량 전세가 상승하면서 월세로도 60~70만원이 올랐다”면서 “그 마저도 매물이 없어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세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특정 지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마포구 애오개역 바로 앞 공덕자이아파트 114.9㎡는 지난 3월 9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으나 5월에는 10억원으로 두달 새 1억원이나 전세가격이 올랐다.
▶44개월만에 ‘전세 부족’ 최고치=KB국민은행 리브온의 6월 둘째주 주간 주택 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166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의 주택통계는 전국의 회원 공인중개업소 40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100을 넘어갈수록 ‘전세 부족’이 심각하다는 의미인데, 지난달 통계는 160이었다.
월간 단위로도 166의 숫자가 나오면, 이는 2016년 11월 이후 44개월만에 가장 전세 시장 수급이 불안정한 수치다. 지역에 따라서는 주간 단위 전세수급 지표가 170을 넘기는 곳도 많았다. 특히 서울 중 강북 14개구는 174.4로 집계됐고 대구(179.6), 대전(177.7), 울산(177.8), 경기(170.1) 등 여러 지역에서 ‘전세가 부족하다’고 답한 공인중개업소가 많았다. 이달 지표가 전월에 비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수급이 불안하면 값이 올라가는 게 순서다. 특히 정부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요약되는 ‘임대차 3법’을 추진하면서, 앞서 전셋값을 올려받으려는 신호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올 들어 수억 올라 ‘전세 신고가’, 실수요자 운다= 통상 전세 수요는 거주를 목적으로 한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전세시장 안정은 서민경제에 중요한 바로미터다. 하지만 시장은 실수요자 거주 안정에 반대로 가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 신고가’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전세보증금 3억9000만원에 거래됐던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한양수자인 84.9㎡는 지난달 4억5000만원으로 값이 뛰었다. 통상 전세 계약이 2년 단위임을 감안하면 2018년 4월(3억6000만원)보다는 갑자기 1억원을 더 얹어야하는 셈이다.
구로구 신도림동 동아3차 아파트 84.9㎡는 지난 10일 6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역시 전세 신고가다. 연초 5억원을 넘나들던 전셋값이 갑자기 1억5000만원이나 뛰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집주인 입장에선 2년+2년으로 4년간의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리면 된다”면서 “세입자들은 4년 동안 안정적인 주거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을 이기는 규제’는 나오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 소형 아파트들을 대상으론 늘어난 보유세 부담분을 감당하려는 10만원 이하 월세도 늘고 있다. 시장이 연이은 규제에 맞춰 적응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2단지에 지난달 전월세 계약건은 모두 3건이었는데 모두 10만원 이하 월세건이었다. 36.9㎡는 보증금 4790만원에 월세 6만원, 41.9㎡는 보증금 5426만원에 월세 7만원, 59.9㎡는 보증금 7736만원에 월세 10만원에 각각 계약서를 썼다. 성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