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100% 인수

첫 LP교체 사례…추가 성장 전략 기관 공감

시멘트로 입증한 볼트온…해운업 적용 주목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국내 자본시장 내 PEF의 저변을 넓히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펀드 출자자(LP) 층이 두텁지 않아 국내에서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LP교체 거래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LP교체로 투자 기간이 길어졌고, 또 그 전략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냈다는 점에서 ‘PEF는 단기 투기자본’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와 하나금융그룹은 총 1조8000억원 규모로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100%를 공동인수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최근 체결하고, 현재 지분(에쿼티) 및 인수금융(론) 재매각(셀다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에쿼티 투자금 1조원 중 30%는 하나금융투자가, 70%는 한앤컴퍼니가 인수한다. 약 8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은 하나은행과 NH투자증권 등이 인수해 셀다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의 특징은, 지분 매각자와 인수자 모두 한앤컴퍼니 펀드의 출자자라는 점이다. 즉 한앤컴퍼니가 앞서 지난 2014년 1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인수한 지분을 한앤컴퍼니와 하나금융그룹이 함께 조성할 신규 펀드가 인수하는 그림이다. 한앤컴퍼니의 에이치라인해운 투자가 5년차를 맞은 가운데, 추가적 밸류업을 기대한 새로운 투자자들이 일부 회수(엑시트)를 원하는 기존 LP들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거래를 자본시장 내 PEF의 존재감을 끌어올린 주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조 단위 규모의 LP교체를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다.

그간 국내에서는 이미 PEF가 투자한 자산이나 지분을 다시 PEF가 인수한 ‘세컨더리(Secondary) 거래’가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추가적인 밸류업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M&A에 자문하는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PEF의 밸류업 전략이 비용절감, 브랜드 역량 제고, 추가 M&A를 통한 점유율 확대 등 세분화돼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한번 펀드 손이 탄 포트폴리오는 터부시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라는 지배적 투자자가 존재한다는 점도 국내 세컨더리 시장 성장을 막는 요인이었다. 예컨대, A펀드가 수 년 전 ‘100’의 가치로 투자한 기업을 B펀드가 ‘150’의 가치로 투자하게 되는 거래에서, 국민연금이라면 대개 A펀드와 B펀드 모두에 출자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만약 B펀드가 투자한 이후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국민연금으로선 앞선 투자 성과까지 까먹게 된다. 물론 투자 결정은 출자자(국민연금)가 아닌 위탁 운용사가 하지만, 국민연금으로선 감사원으로부터의 지적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운용사 또한 그런 국민연금의 눈치를 봐야 한다.

PEF에 투자하는 한 출자기관 관계자는 “한앤컴퍼니의 경우 기존 출자자들이 대부분 해외 기관이었던 만큼, 이번에 새로 펀드에 들어갈 출자자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인정 받아온 그간의 업력이 국내 최초 LP교체 사례를 남기게 된 토대”라고 평가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3조8000억원을 조달해 신규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는데, 이는 국내 투자 전용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편, 에이치라인해운 투자는 한앤컴퍼니가 설립 초기부터 강점을 보여 온 ‘볼트온’(유사 기업 인수합병) 전략이 적용된 포트폴리오라는 점에서 추가 밸류업 방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 2014년 한진해운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해운사로, 2016년 현대상선 전용선 사업부까지 추가 인수하며 국내 최대 규모 전용선 전문선사로 성장했다. 지난 2018년에는 SK그룹으로부터 SK해운 경영권을 인수했고, 올해 인수한 SK케미칼의 바이오에너지사업과 함께 시너지(친환경연료 부문)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 바이아웃 펀드를 통해 볼트온 전략을 구사한 것은 국내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처음이다. 대한시멘트를 필두로 시작된 시멘트 산업을 포함해, 자동차부품, 해운 등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