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본인이 아닌 태아에 대해서도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9일 제주의료원 간호사였던 변모 씨 등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산모의 업무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출산 이후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에 대해 엄마는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수급권)를 잃지 않는다”고 했다.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 4명은 2009년 임신해 2010년 출산했는데, 태아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졌다. 이에 앞서 같은 기간 병원에 근무하다 임신한 간호사 15명 중 5명은 유산했다.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이듬해 간호사 12명이 임신했지만 33%인 4명이 유산했다.
변 씨를 비롯한 간호사 4명은 알약을 삼키기 힘든 환자를 위해 약을 빻는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가 치명적인 유해약물에 노출됐다며 2012년 근로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 본인의 부상과 질병, 장애 또는 사망 등에만 해당된다”며 거부했다. 변 씨 등 4명은 2014년 2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임신 중 업무로 인해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상 임신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산재보험 급여를 받으려면 업무상 사유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 본인이어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문재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