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유화학·가전까지 전방위 가동중단
자동차는 더욱 심각…납품사 줄도산 위기
현대차 포터 생산 2라인 27∼29일 휴업
생산중단으로 2분기 수출은 더 나빠질 듯
“사내에서 집계하는 판매량 급감이 심각합니다. 전 세계 경제가 멈춰서면서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과 내수의 동반 타격이 현실화하는 시점입니다.” (국내 가전 제조업 A사 관계자)
기업들의 국내 생산 공장이 연이어 멈춰서고 있다. 지난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셧다운(일시적 공장 가동 중단)을 경험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가동 중단에 맞닥뜨리고 있다. 가동 중단의 질 자체가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경제가 2분기 더욱 암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기업들의 생산 공장 가동 중단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과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닥쳐온 이번 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의 만성적인 저성장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국내 생활가전 핵심 생산기지인 창원공장 일부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 창원공장의 북미 수출용 오븐 생산라인은 지난 2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생산을 멈춘다. 에어컨(내수·수출)의 경우 이달 28~29일 이틀간 가동을 중단한다. 창원공장은 LG전자 생활가전의 ‘심장부’다. LG전자는 1분기 생활가전의 선방으로 1조904억원 영업이익의 깜짝 실적을 기록한 바 있어 이번 생산 중단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미국, 인도, 멕시코, 러시아, 폴란드 등지의 공장에서 각국 정부 방침에 따라 가동 중단한 바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 조절을 위해 국내 공장이 멈춰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수요부진이 심화하면서 LG전자의 생활가전 핵심 생산기지인 창원공장까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었던 현대차그룹의 국내 생산 공장은 결국 수출 물량 감소에 백기를 들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23일 광주 2, 3공장의 가동을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또 다음달 6~8일까지 중단한다. 광주 2공장에서는 북미 시장에서 인기 있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쏘울을 생산하고 있다. 스포티지는 지난 3월 해외에서 2만7362대가 팔린 인기차종으로, 글로벌 수요 감소의 후폭풍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앞서 기아차는 카니발, K9, 스팅어, 프라이드, 스토닉 등 수출 주력 차종을 생산하는 소하리 1·2공장도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어 국내 경기 침체에 따라 상용차 생산도 속속 중단되고 있다. 현대차는 포터에 대한 수출 물량 주문이 줄어들어 울산 4공장 2라인을 27~29일 가동 중단한다. 중동, 아시아 등에서 수요가 줄어들어 내려진 조치다. 또 버스를 생산하는 기아차 광주 3공장도 같은 기간 휴업한다. 현대차나 기아차가 차량 생산을 멈추면 모듈 등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도 공장 라인을 세워야 하는 처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광주공장은 기아차 광주 공장과 같은 일정으로 생산을 중단하고 안양 공장 역시 소하리 공장 가동 중단 일정에 맞춰 휴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위아의 안산 공장 역시 기아차 소하리 공장의 가동 중단 기간에 맞춰 휴업한다.
국내외 완성차 업계에 순정타이어 등을 납품하고 있는 타이어 업체도 글로벌 수요 부진에 생산 중단 결정을 내렸다. 금호타이어는 생산량 조절을 위해 23~25일 예정됐던 광주·곡성·평택 공장의 휴업은 일정대로 진행하고 5월 생산량 조절을 위해 노조와 협의를 이어간다. 넥센타이어 양산 공장 역시 지난 18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로 고전 중인 정유사들도 공장을 멈춰세우고 있다. 거대 장치 산업인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들은 공장 가동 중단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 가동 중단만큼은 최대한 피해 왔다. 하지만 석유제품 재고가 넘쳐나는 상황이어서 정유사들은 결국 정기 보수를 앞당기는 결정을 내렸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정기 보수에 돌입했으며, SK에너지와 에쓰오일도 2분기 내 정기보수에 돌입한다. 석유화학사들에서도 가동 중단이 현실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코로나19 여파로 시황이 악화되자 지난 21일 울산공장 메타자일렌(MeX) 2개 라인과 파라자일렌(PX) 1개 라인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연말까지 해당 공정을 중단한다고 환경부에 신고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또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공정 중단 여부도 현재 검토 중이다.
제조업 생산 기지가 속속 멈춰서면서 2분기 수출 급감에 따른 성장 쇼크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1분기 민간소비(-6.4%)에 비해 수출(-2.0%)은 그나마 선방을 하며 마이너스 성장 폭을 낮추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한 바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 1분기에는 서비스 산업 위주로 타격을 받았다면 4월부터는 주력 제조업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어 2분기 성장 쇼크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기초 체력 자체가 약해진 상태에서 찾아온 위기라 주력 산업들의 생태계 자체가 붕괴하는 모습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