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거래 대금 928조 53%↑

금리 낮추고 통화량 늘려도

기업투자·가계소비는 안늘어

통화 유통 속도도 역대 최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경제를 강타하면서 지난 1분기 성장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지만, 주식 거래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로써 증시 대금 규모는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두배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돈 풀기에 나서고 있지만, 실물 경기의 마중물로 쓰이지 못한 채 증시 자금으로만 활용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월 우리나라의 GDP(계절조정·실질)는 460조9703억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6조5246억원(1.4%) 감소했다. 전기대비 11조원 하락했던 지난 2008년 4분기 이후 최대 마이너스폭을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달 중순 기준금리를 사상 첫 0.75%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전액공급방식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각종 유동성 공급 정책에 전면 나선 바 있다. 정부도 지난달 말 100조원 이상 규모의 기업자금지원 및 금융시장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에 다른 경기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빠르게 가져갔다. 하지만 소비(민간)가 작년 4분기와 비교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6.4% 감소, 수출도 2.0% 떨어지는 등 실물 경기의 급격한 하강은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주식(코스닥·코넥스 포함) 거래대금은 928조1146억원으로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2010년 이후 자료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 분기보다 무려 53%(322조5739억원)나 급증했다.

1분기 거래대금은 GDP의 2.01배로 2010년 이후 평균인 1.25배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보통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GDP 대비 대금 배수가 올라가는 성향이 나타나지만 GDP 감소 요인이 크고, 이번처럼 대금 증가로 배수가 올라가는 건 이례적이다.

이에 시중의 풍부해진 자금이 경기의 온도를 데우는데 활용되지 못하고 주식 시장에 편향 투입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단 관측이다.

일각에선 우리 경제가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늘려도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늘리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통화유통속도(GDP/총통화)는 0.68로, 통화량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만큼 ‘돈맥경화’ 현상이 심각하단 얘기다.

또 통상 주식 시장은 경기 흐름에 동행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최근엔 코로나19로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에서도 폭락 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가 매수를 노린 개인들이 대거 주식 투자에 나선 영향이 크다. 일각에선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빚투(빚내서 투자)’ 행렬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8조원을 넘어섰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지난달 6조원대로 떨어졌다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은 투자자 예탁금도 지난달 24일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한 뒤 계속 증가세에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 대출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역대 최대폭 상승한 바 있다.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조원 넘게 증가했는데, 이를 두고 빚투 재원마련 용도란 분석이 나왔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