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등 ‘이중·삼중 인증’에 높아진 신청 문턱

서울시 ‘난감’…“전입신고 안돼 있으면 신청 불가”

뒤늦은 꽃샘추위가 찾아온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해 모여 있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뒤늦은 꽃샘추위가 찾아온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해 모여 있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집도 핸드폰도 없는데 이메일 주소가 있겠어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3일 오전 서울역 앞. 다른 노숙인들과 모여 대화 중이던 노숙인 최모(58) 씨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들어봤지만 어떻게 신청하는지 모른다”며 이 같이 말했다. 현재 거주지 등록이 안 돼 있다는 최 씨는 “10년 전까지 인천에 살았는데 거기 가면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나”라며 기자에 되묻기까지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중위소득 이하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자가 지난 22일 기준 120만명에 육박했지만 노숙인과 주거 취약계층은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본인인증 확인 등 ‘이중·삼중 인증’에 신청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역 앞은 4월 중순에 찾아온 추위를 피하기 위해 노숙인들이 햇별이 보이는 화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노숙인 대부분은 긴급재난생활비 신청에 “해당사항이 없다”며 포기한 모습이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서울역 2번 출구 앞. 노숙인들이 펄럭이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현수막 밑에서 박스를 깔고 앉아 있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지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서울역 2번 출구 앞. 노숙인들이 펄럭이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현수막 밑에서 박스를 깔고 앉아 있다. 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서울 용산구 지하철 서울역 2번 출구 앞에서 만난 거리 노숙인들 “(지자체의)코로나19 지원금도 못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노숙인 한모(72) 씨는 “그거(서울시 긴급지원생활비)는 못 받잖아요”라며 자신은 기초생활수급비도 못 받는다고 대답했다. 집을 떠난 지 10년이 넘은 한 씨는 일정한 주거지가 없기 때문에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못 하는 경우다. 한 씨를 비롯, 만났던 거리 노숙인들은 지지체가 마련한 코로나19 지원금은 들어봤지만 “신청을 못 한다”며 한탄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 활동가는 “서울시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때 이메일 인증이 필요한데, 이메일 주소가 없어서 신청하러 왔다가 포기하고 다시 돌아간 분들이 여럿 있었다”며 “지원 과정에서 핸드폰 인증, 이메일 인증, 주민등록번호 인증 등 ‘중복 인증 절차’가 지원금이 절실한 취약계층의 신청 문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주민센터 현장 접수도 가능하지만 이들에게는 이마저 그림의 떡에 가깝다. 이 활동가는 “(노숙인들이)실제 그 지역에 살고 있지도 않은데 해당 주민센터까지 가서 재난긴급생활비를 신청하기가 굉장히 면구스럽다는 얘기를 한다”며 “거주지가 지방으로 등록돼 있어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러 가기 어려운 분들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발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거주지가 있는 취약계층보다 오히려 이들이 더 취약할 수도 있다”며 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자 노숙인, 주거 취약계층이 생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숙인, 거주지 불명인 주거 취약계층은 주로 거점 지역에 모여 있기 때문에 쉼터나 노숙인 센터에서 일대일로 발굴해 찾아 나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시 지역돌봄과 관계자는 “시설에 입소하거나 전입 신고가 된 노숙인들은 신청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거리 노숙인들은 (지원금 신청이)어렵다”며 “일정한 주거지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리 노숙인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에 대해)내부에서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