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구민 당선에, “강남 아파트에 새터민 공급 의무화” 청원 화제

[헤럴드경제] 태영호 전 북한 영국대사관 공사(태구민)가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아 서울 강남 갑에서 당선되자,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탈북자를 위한 새터민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넣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제기됐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서울 강남구 재건축 지역에 탈북자 새터민 아파트 의무비율로 법제화 시켜주세요’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청원인은 “냉전시대의 수구적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 태구민씨를 선택해 준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 의식과 시대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탈북자에 대한 복지와 안정적인 거주지가 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복지에서도 다소 열위에 있는 상황”이라며 강남구 전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시 새터민 아파트를 의무 공급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글쓴이는 “국내 거주 탈북자 수가 약 4만명이며, 매 년 1000명 내외의 탈북자들이 국내로 입국하는 추세”라며 “강남의 높은 생활 수준을 그분들이 삶으로 체험한다면 분명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도 더 커질 것 같다”고 썼다. 또 본인의 제안에 대해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생각해볼 때 분명 반대는 적을 것”이며 “더불어 현재 중국의 조선족분들도 귀화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 이 분들의 정착지도 강남에 넣어주시는 것 또한 고려해달라”고 강남 지역과 연고가 없는 태 당선인을 당선시킨 강남구민들을 에둘러 비꼬았다.

18일 오전 9시 현재 이 글에는 11만여명이 동의했다.

태 당선인은 2016년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시절에 한국으로 망명했다. 현 탈북자 중 최고위급 출신이다. 2018년 그의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는 북한 김씨 3부자 정권의 실체를 폭로하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햇볕정책의 허상, 김정일의 위선 등을 포함한 이 책은 그 해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정권의 남북평화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그 직후 태 당선인은 국정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을 관두고 각종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며 북한 정권의 실체를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태 당선인은 4·15 총선에서 2만표 가까운 압도적 표차로 첫 탈북자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예비후보 등록 서류에서 그가 북한 테러 위협을 피해 태구민으로 개명했음이 확인됐다. 또 18억 6500만 원을 재산 신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저서에서 한국 망명 뒤 빵집을 할 생각이었다고 썼다. 한국에 널린 게 제과점이라고 말한 국정원 관계자의 만류에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탈북 4년 만에 20억 원에 가까운 재산을 축적한 배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인세와 강연료 수입만으로 그 같은 부를 이뤘을 리 없을 것이란 의심이다. 일각에선 그의 당선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으로 탈북민도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체제 우월성을 알리고 북한을 개방으로 이끄는 데 일조할 것이란 시각도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