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나 경찰 수사시 ‘사건 넘겨라’ 요구할 기준 모호, 충돌 여지
“헌법상 영장청구권 검찰청법에 따른 검사에게만 부여” 지적도
서울중앙지방법원 관할, 서초동 부지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도 관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출범 3개월을 앞둔 공수처가 벌써부터 정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총선을 앞두고 허위 인턴증명서를 만든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은 아직 설립도 안한 공수처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 종편기자와 검사장의 유착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법무부 감찰이 아닌 공수처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외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공수처 출범에 필요한 조직과 예산, 인사, 후속법령 정비와 청사 마련 등 절차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첫 회의에서는 공수처의 정체성을 두고 혼선이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단은 최근 행안부에 공수처의 영어 명칭에 부처를 의미하는 ‘Ministry’를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 등 세 권력기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예규(정부조직 영어명칭에 관한 규칙)에 따라 명칭을 정하기 어렵다.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취지로 만든 법률이 되레 정부조직법상 근거를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위헌 주장이 나온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우리 헌법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임명하는 수사기관의 장은 검찰총장이 유일”하다며 “헌법 근거없이 검찰총장보다 상위 수사기관을 두는 것은 위헌이다. 검찰총장은 헌법상 범죄수사와 기소의 총잭임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사기관의 범죄 인지 즉시 공수처 의무 통보’ 관련 조항도 구체화가 필요하다. 공수처법 24조 2항은 공수처가 검경 등의 고위공직자 범죄인지 보고를 받고 수사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반부패 컨트롤타워가 된다고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검찰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는 게 국회의 설명이다. 하지만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입건 직후 공수처에 통보를 하고 피의자 소환도 동시에 해버리면 공수처에서 이미 검찰이 소환조사 중인 사건을 이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장이 검찰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한 만큼, 그 기준에 대한 해석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가 공방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 검사에게 영장청구권도 줄 수 있는지도 문제다. 헌법 12조는 검사에게만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에 검사라고 규정돼 있지만 어떻게 임명하는지 언급이 없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검사는 검찰청법상 검사로 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그동안 경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조사업무를 관장하는 다른 기관에 파견된 검사들은 영장청구를 할 수 없었다.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등의 파견검사도 영장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공수처 부지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검찰의 경우, 민원인의 편의 등을 고려해 ‘대검찰청의 위치와 각급 검찰청의 명칭 및 위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법원 옆에 부지를 마련해왔다. 공수처가 설립되면 관할 법원이 될 확률이 큰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
공수처 이름 하나에 담긴 준비단의 고민은 공수처 관한 법률이 담고 있는 법률문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률연구기관의 관계자는 “공수처 법안의 취지는 정당하지만, 구체적인 법률조항을 보면 풀어야 할 문제점이 많다”며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취지가 무색해진 연동형 비례대표제처럼 빛이 바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