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기지에 민간인 무단침입 사건 잇따라
과학화 감시·경계장비 한계 명확히 드러나
해병대 신속기동부대에 경계임무 부여 검토
해병대 공백에는 특전사 투입 방안도 고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군 당국이 제주 해군기지 경계 문제가 논란이 되자 제주에서 신속기동부대 임무를 수행중인 해병대에 경계임무를 맡기고, 신속기동부대 임무는 특전사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기동부대 임무에서 해병대를 뺀 공백을 특전사로 메꾸겠다는 것이다.
31일 군 당국에 따르면, 현재 재주에는 해병대 1개 대대가 신속기동부대로 순환배치되고 있으며, 이들에게 해군기지 경계 임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군은 지난 2016년 5월 서북도서 등 한반도 연안 지역에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해병대 신속기동부대를 창설했다.
이 부대는 해병대 1개 대대 규모로서 기동타격대 및 예비전력 개념으로 운용되며, 제주도에 4개월 단위로 순환 배치된다.
이들에게 해군기지 경계 임무를 맡기는 방안은 지난 7일 민간인들이 해군기지 철조망을 절단하고 침입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해상작전이 주 임무인 해군에게 경계 작전을 위한 예비 병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군은 고성능 과학화 감시·경계 장비로 이를 극복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번 해군기지 침입 사건에서 드러난 허점을 메우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과학화 감시·경계 장비로는 철조망을 뛰어넘는 경우 감지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철조망을 자르고 침투할 경우 속수무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경계 임무를 강화하려면 첨단 장비보다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군 수뇌부는 이런 여건을 감안해 해군기지 경계 임무를 한시적으로 해병대에 맡기고, 신속기동부대 임무는 새롭게 특전사를 투입해 메운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 내외에서 해군기지 경계 임무를 해병대에 맡기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첫째로, 경계 임무는 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데, 해군이 이를 소화할 능력도 안 되느냐는 것이다. 또한 위기 상황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고강도 훈련을 받은 해병대 병력을 경계 임무에 투입하는 것이 낭비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른다.
해병대 신속기동부대를 경계 임무에 투입하고, 특전사에 신속기동부대 임무를 맡기는 것이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신속기동부대 임무에 최적화된 해병대 1개 대대를 굳이 따로 떼내 경계 임무를 맡기고, 새로 투입되는 특전사에 신속기동부대 임무를 맡기면 2중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에 파견되는 특전사에 곧바로 경계 임무를 맡길 경우, 해병대-특전사의 연쇄 이동이 일어나지 않아 더 효율적이라는 맥락이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해병대와 특전사 병력이 기존에 이미 제주에서 순환 훈련을 해왔다며 현재의 구상 수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