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코로나19. 그 기세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로 번져 나가고 있다.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우리나라를 넘어섰으며, 또 다른 유럽국가 독일, 프랑스도 확산 일로다. 미국에서도 확진자수가 빠르게 늘며 긴장감을 더한다.
언급한 이들 나라의 코로나19 확산세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유럽과 북미로 상징되는 전 세계 소비 시장의 핵심 사슬이어서다. 중국과 동아시에 지역의 확산세에도 끄떡 없던 미국 주식 시장이 크게 휘청이기 시작한 것도 이들 지역의 확산이 급격한 경기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지정학적 위기 등 다양한 악재 속에서도 연일 고점을 경신해 가던 미국 주식 시장을 뒤흔든 코로나19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에도 거대한 화두를 던졌다.
투자와 고용, 소비 등으로 상징되는 실물 시장과 통화 정책으로 상징되는 금융 시장이 강한 힘겨루기에 돌입했다는 경고다. 저성장을 비웃듯 전 세계를 지배하던 통화 만능주의의 기세가 강력한 실물의 위기에 도전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시장은 역사상 유례 없는 초저금리와 거대한 통화 공급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반쪽 짜리 성장이었다. 낮아진 금리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거침 없는 상승을 이끌어 왔다. 반면 투자와 고용, 소비 등의 실물 경기의 개선 속도는 더뎠다. 풀려진 돈은 실물 경제로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10년을 통화만능주의의 시대라 평하는 이들이 많다.
대한민국 경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는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소외를 받아 부진한 주식 시장 대신 부동산 시장이 초강세를 보였다. 2% 성장을 가까스로 해내는 저성장 국가에서 서울 주택 가격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강한 상승 흐름을 보여 왔다.
강력한 통화 정책을 딛고 자산 시장의 상승에 취해 온 시장.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통화만능주의의 기세를 위협하는 게 다름 아닌 자연의 역습이라는 게 의미 심장하다.
이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 체인인 중국과 한국을 1차 공습한 뒤, 거대 소비 체인인 유럽과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일상을 마비시켰고, 실물 경기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시발점이었던 중국과 한국은 서막에 불과하다. 유럽과 미국 시장 마저 실물 경기가 급랭한다면 막대한 통화량 공급으로도 버티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습적으로 0.5%의 빅컷(Big cut)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연준은 앞으로 0%의 초저금리도 감내할 태세다. 한은도 역대 최저의 제로금리 시대로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큰 변동성을 보이는 주식시장은 통화 만능주의의 힘이 다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담아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공포의 기운이 커지고 있다.
통화 정책의 약화는 1600조원이 넘는 거대한 가계부채를 가진 우리 경제에게는 치명타일수 있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에 비해 가계 부채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실물 경기 악화에서 비롯된 금융 시장 붕괴의 피해를 고스란히 개개인의 가정이 받아내야할 지 모른다. 모두가 자산의 상승에 고(GO)를 외쳐왔던 오늘이, 어두운 미래를 여는 서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