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키코 조정안 세번째 연장 신청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이 은행들의 잇따른 거부·연기 움직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나은행은 금감원에 시한 연장을 또다시 요청했다. 한국씨티은행과 KDB산업은행은 일성하이스코에 대한 배상안을 불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배상안 요청을 받아들인 곳은 우리은행 뿐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 금감원에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짓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시한 연장 요청을 신청했다. 이번이 세번째 연장 신청이다. 하나은행 측은 1달 가량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나은행 측은 “키코 배상과 관련한 법률 검토 등을 진행해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측이 금감원에 시한 연장을 요청한 시점도 의미가 있다. 전날 오후 한국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은 일성하이스코에 대한 키코 배상안을 수용치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측이 시한 연장을 요청한 것은 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의 조정안 불수용 입장을 밝힌 이후다. 두 은행이 조정안 불수용 입장을 내자 하나은행도 시한 연장을 요청하면서 최종 판단을 보류키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배상 여부를 놓고 고심을 해왔던 은행들이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 마감 시점인 6일을 목전에 두고 불수용과 연기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전날 대구은행은 수용 여부 시한의 재연장을 요청했고, 신한 측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다.
금감원이 내놓은 키코 분쟁조정 방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은행권 사이 ‘눈치 보기’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정안을 수용치 않을 경우 금융당국의 눈밖에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조정안 자체는 강제 사안이 아닌 자율 조정이기에 은행들도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과 상황 대처를 봐가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의 배상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 은행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란 주장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12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 등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에 대해 피해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한편 키코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는 다음달 초께 가동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