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8개월來 올 임단협 잠정 합의안

강성기조 현대차도 생산설비 통제 집중

2015년 노동계 총파업 당시와 ‘대조’ 뚜렷

전문가 “공급망 붕괴가 노사 하나로 묶어”

“메르스 때와 달리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시작한 공급망 붕괴가 노사 협력의 실마리가 됐다. 일터가 유지되지 않으면 노사가 어려워진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내 산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가운데 갈등을 거듭하던 노사 관계가 협력적으로 변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부여하고 있다. 경제 위축에도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며 민노총 총파업이 빚어졌던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노사를 하나로 묶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상생 문화가 정립되지 않은 업체의 도태는 불가피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제철은 임금 3만9000원 인상을 비롯해 성과금 150%와 품질향상 격려금 300만원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2일 마련했다. 지난해 6월 노사 상견례 이후 8개월 만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 사원의 유급 특별휴가와 체육대회 취소에 따른 복지 포인트를 골자로 한 코로나19도 노사가 함께 내놨다”며 “임단협 갈등의 장기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노사가 함께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무분규 임단협을 타결한 현대차 노사는 생산설비를 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강성 기조로 알려진 현대차 노조가 계속되는 공장 중단에도 임금 보전보다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달라진 모습이다.

항공사 노사도 하나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사 공동선언문’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대한 노력을 함께 강구하기로 했고, 대한항공 노조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금 인상 여부를 회사에 위임했다.

노사 관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국면에서 강성 노조의 기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노조의 현실 상황 인식이 달라진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민노총은 경제 위축에도 최저임금 1만원을 올리겠다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한노총은 18년 만에 총파업을 결의했다. 명분 없는 노동계의 강경 투쟁 기조에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이전보다 성숙해졌음은 물론, 노사 관계가 과거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 협력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메르스 때보다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휴업 등도 노사의 협조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때와 달리 약화한 컨트롤타워가 노사를 하나로 묶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마스크 대란이 전염성 강한 공포를 키우고, 일부 공장에서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안에서부터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마스크 품귀 등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노사가 공유하는 하나의 울타리에 대한 개념이 강화됐다”이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노사 간 상생 문화가 정립된 업체라도 일부만 살아남는 혹독한 환경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