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 여전

보호무역·G2 성장둔화 우려

연초부터 우리경제에 대외리스크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이란이 최악의 전면전 위기를 일단 넘겼지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국제유가 재급등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 합의에도 불구하고 무역분쟁 재발 가능성 및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미·중 G2의 성장세 둔화, 브렉시트(Brexit) 충격 등 메가톤급 대외악재가 산적해 있다.

정부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세가 확대되고 유가도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을 바탕으로 2.4%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연초부터 이런 전망이 빗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을 가동하며 불안심리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외리스크가 정부의 통제범위 밖에 있다는 점에서 올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11면

1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석유공사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지난주 초반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 위기를 넘기면서 급등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상태다. 연초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했던 두바이유는 지난주말엔 65.93달러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평균(63.53달러)에 비해선 3.8%(2.4달러) 오른 상태다.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도 10일 현재 배럴당 59.04달러로 지난해 평균(57.04달러)에 비해 3.5%(2.0달러) 오른 상태다. 미국과 이란이 최악의 파국을 피했지만, 이란이 추가 보복을 예고하는 등 중동사태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전문가들은 중동불안 지속 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고,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불안이 심화할 경우 100달러를 넘어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의 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동 불안은 불확실성이 높은 리스크”라며, 미·중 무역분쟁과 유사한 수준(-0.3%포인트)의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지적재산권 등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입장 차이가 확연해 무역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 G2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경제엔 큰 위험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작년말 내놓은 ‘2020년 글로벌 경제·금융 주요 이슈 및 전망’ 보고서에서 미중 양국의 성장세가 올해 둔화될 전망이라며 “G2가 없는 글로벌경제 회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2.4%에서 올해 2.1%로, 중국은 6.1%에서 5.8%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도 충분한 협의와 준비기간이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한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초저금리 기간에 누적된 주요국 부채의 폭발 위험성도 잠재적인 위협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해(3.0%)보다 높은 3.4%에 이르고 유가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고 경제정책을 마련했지만, 연초부터 불거진 대외리스크로 이런 전망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세계경제 둔화와 유가 상승 등이 겹칠 경우 수출 회복 시점이 늦어짐을 물론 기업의 경영비용 증가,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 등으로 투자·소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제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는 “중동사태가 우리 실물경제 부문에 미친 직접적 영향이나 특이동향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며 불안심리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매우 높은 상태다.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있는 대외리스크 차단이야말로 정부의 첫번째 과제인 셈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