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恭訑攻

2020년의 새해가 떴다. 최근 TV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장면은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분들의 올해 대한민국 정치·경제 전망에 대한 토론이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토론들을 지켜보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접점과 통합 가능성의 모색이라는 희망사항을 배제하더라도 최소한 세부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누가 더 스스로 지식인지를 어필하고 그래서 지식인인 자신의 말이 옳다면서 일방적 고집만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적지 않은 토론자들이 스스로 전문가라 생각되는 자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반대 측 토론자와 대중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이었다. 물론 이 안타까운 모습은 우리 국회에서 가장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스스로를 지식인 또는 전문가로 부르는 많은 분들이 안타깝게도 지적 겸손도가 부족하다. 우리는 사회적 위기의 해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일차적으로 참고한다. 그 어떤 사회적 이슈와 논쟁도 전문가들이 모두 다 동의하는 결론적 해법은 쉽지 않다. 경제 칼럼니스트 제프 매드릭은 ‘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주류경제학자들에 의해 심각하게 오남용된 경제학 명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렇게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 두 달 후인 2008년 11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런던정경대학을 방문해 소위 말하는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인 주류경제학자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 있었던 그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시선을 이제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로 돌려보겠다. 그들은 항상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고 또 타인으로부터의 배움과 협력을 통해 함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지식인 것이다.

올해 우리는 국회의원을 뽑는다. 말 잘하고 자신이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을 멀리하자. 차라리 타인의 얘기에 귀기울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담백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는 사람을 관심있게 살펴보자. 세계 최연소 총리로 선출된 핀란드의 34세 총리인 산나 마린을 보라. EU의 정상 절반이 3040이다. 그들은 기존 권위주의적이고 거대 담론적인 정치철학과 돈과 인맥이 아닌 일상의 사회적 오류를 개선하고 발전해 나가려는 생활밀착형 정치비전과 반대의견의 정치인 및 대중과의 겸손하고 적극적인 통합커뮤니케니션 역량을 새로운 리더십으로 제시하고 있다.

필자에게 다가오는 2020년이 가진 사회적 희망의 메시지는 2020(理恭訑攻)이다. 한자로 ‘다스릴 이(理)에 공손할 공(恭), 으쓱거릴 이(訑)에 책망할 공(攻)’으로 제시해 본다. 가정으로부터 시작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겸손하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이해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고 멋진 가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에서 겸손하게 각자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지식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또한 이렇게 소중한 우리들을 대표할 수 있는 지적 겸손도가 높은 국회의원을 뽑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