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오른쪽)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
김대중(오른쪽)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
김영삼(왼쪽) 대통령과 이회창 총리.
김영삼(왼쪽) 대통령과 이회창 총리.

대한민국 행정부의 명실상부 2인자로 언급되는 국무총리는 유독 ‘한 계단’을 더 오르지 못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이뤄진 후 총리 출신 대통령은 한 명도 없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권력 의지를 보였지만, 막상 전장에선 빛을 발하지 못했다.

현재 여야 대권주자 선두로는 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전 국무총리)가 뛰고 있다. 두 인사 모두 각 진영에선 사실상 독주 중이다. ‘총리의 저주’란 악명 때문인지, 이들 중에선 대선 때 청와대로 갈 인물이 나올지를 놓고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리 출신으로 대권 직전까지 간 인물로는 고건·김종필·이회창 전 총리가 꼽힌다. 고 전 총리는 2004년 탄핵안이 가결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2개월여 맡으면서 단숨에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2006년 대권 출마 뜻을 밝혔다.

하지만 양당 대결 정치에 피로감을 호소, 근 2개월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으로 꼽힌 김 전 총리도 결국 대권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9선 국회의원까지 오르지만, 17대 총선 때 참패한 후부터 차츰 힘을 잃어갔다.

이 전 총리는 1997년부터 대선에 내리 3번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대쪽 총리’ 이미지를 밀고 나갔지만, 매번 결정적 순간에 아들을 둘러싼 병역 의혹 조작 사건 등 논란이 터지면서 결국 대권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 총리와 황 대표의 측근들은 이들 두 인사가 이전 총리 출신과의 차별점이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총리는 4선 의원이자 전남도지사를 지내는 등 정무·행정적 감각을 충분히 갈고 닦았다는 게 강점이다. 황 대표는 총리 출신이면 관료주의에 물든다는 편견을 깨려는 듯 대여투쟁으로 삭발·단식·농성을 마다하지 않는 등 야성을 보이는 중이다.

전직 재선 의원은 “다만 ‘총리의 저주’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며 “이 총리는 당내 기반이 약하고, 황 대표는 아직 ‘정치 초보’라는 딱지를 완전히 떼어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