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지침 3년 넘도록 ‘함흥차사’
증축 한계로 주민들 내부갈등만 커져
리모델링은 내 돈을 내고 내 집을 고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사업성이 조금이라도 악화되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
노후화된 1기 신도시와 용적률이 비교적 높은 아파트 단지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정부가 리모델링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분담금은 물론 이주비까지 포함해 그 비용을 흔쾌히 감당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리모델링 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 이후 집값이 오를 수 있는 강남권과 한강 조망권 등 일부 인기 단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아파트가 분담금·이주비 문제로 난관에 봉착한다”며 “일반분양 물량이 가능한 수직증축이 대안인데 아직도 내력벽과 관련한 정부 지침이 나오지 않아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수직증축의 열쇠를 쥔 것이 바로 ‘내력벽’ 이다. 내력벽 철거가 허용돼야 세대 평형 변경과 수직 증축이 가능하다. 내력벽은 건축물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벽이다. 내력벽을 손대지 못하면 건물 구조에 따라 증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지난해 3월에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연말로 연기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올해로 넘긴 것이다. 2016년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이 나온지 지 3년 넘게 표류하는 셈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수행 중인 안전성 실증실험이 끝나지 않아 연구용역 결과가 국토부에 올라오지 않고 있어서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국토부는 용역 결과물이 나오는 대로 리모델링 관련 협회와 전문가 협의를 거친 뒤 세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내력벽 안전지침 용역이 늦어지면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던 아파트 단지는 그야말로 ‘엉거주춤’ 하고있다.
서울시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단지 7곳 모두 수직+수평 증축 타입을 선택했지만 내력벽 철거 연구 용역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강남에서 최초로 수직 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주민들 목소리가 커지면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대다수 리모델링 단지들은 추가분담금 부담을 높이면서 그나마 속도가 빠른 수평증축을 택하거나, 제도 개선을 기다리며 사업을 더디게 진행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내력벽 철거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설계를 하다 보니 평면 확장에 큰 한계가 존재한다”며 “아파트가 낡고 불편해 한시바삐 리모델링을 거쳐야 하는 데 내력벽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 하소연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리모델링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내력벽과 분양가 상한제 규제로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내력벽 철거 문제와 함께 용적률과 건폐율도 조정해야만 1기 신도시, 노원구 등 대규모 노후 주거단지로 리모델링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호진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