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전문가 시장 진단
수요 억제책만으로 집값 못잡아
올해 주택가격 ‘상저하고’ 전망
대출 규제, 지역간 불균형 초래
강남 규제이후 폭등 ‘규제의 역설’
3기 신도시 인프라 구축 서둘러
서울 수요 집중현상 분산 노력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가격 안정화를 표방하며 12·16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째,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나타난 거래절벽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서울 수도권 시장에 공급 확대없이는 장기적인 가격 안정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투기와의 전쟁 선포까지 이어지며 정부는 시장을 더욱 옥죄는 분위기다. 12·16 대책 시행 이후 현 시장과 향후 전망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 5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아파트, 주춤하겠지만 결국은 오른다=12·16 대책은 발표 다음날부터 9억원과 15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들어가는, 즉각적인 효과를 노린 대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당장 3주째 서울 아파트 시장은 상승폭이 줄어들 뿐 여전히 상승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7% 올랐다. 지난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주간 상승률은 0.10%→0.08%→0.07%로 둔화했으나 꾸준히 상승세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가격 조정이 이뤄지려면 고가 주택 뿐 아니라 정부 공급 확대 등에 따른 매물 쌓임 현상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권에서 보유세 부담에 따른 매물 출회가 나타나고 있지만, 가격 조정세가 고가 주택 시장이 아닌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기 위해선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올해 부동산 시장을 ‘상저하고’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일시적 부동산 시장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상저하고로,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상승세를 띌 것”이라고 밝혔다.
▶전셋값 상승, 추가 대책 도입하나=일부 지역에서의 전세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추가 대책도 예상됐다. 특히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와의 차이를 줄이면서 고가 주택 시장으로 수요가 이전될 수 있기 때문에,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와 같은 추가 규제책이 언급됐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19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는 이가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정시확대와 자사고 폐지, 집값 조정 기대심리로 전세 수요의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4만2000가구로 급등세를 보이진 않지만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시 미리 전세를 올리는 상황이 겹치면 시장 불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정부 대책이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현재 정부가 9억원, 15억원 선을 그어 대출을 묶어놓으면서 수요의 이동이 안되고 있다”며 “돈 있는 사람은 사버리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간 불균형과 시장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책 말고, 경제 살려야=시중에 2800조원 가까운 유동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실물 경제로 흘러들어가도록 부동산 규제책이 아닌 경제활성화 대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가격통제나 사유재산 등을 침해할만한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다른 부분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도 결국 거시경제의 움직임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8·2대책을 내놓기 전 강남은 1년간 5%도 오르지 않았는데 규제 이후 14%가 올랐다”면서 “이 기간 유동성이 특별히 늘어난 것도 아닌데, 규제의 역설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및 수도권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은 모든 전문가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에 4만 가구 공급안을 발표했는데, 발표에 그칠 게 아니라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시장에 공급불안 우려 해소에 따른 시장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3기 신도시 공급에 속도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공급을 먼저 하고, 그 후에 수요 분산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교수는 “우선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을 완화해 공급을 늘려야 하고 다음으로는 수요 분산에 나서야 한다”면서 “특히 3기 신도시 공급 이전에 교통 인프라를 빨리 구축해 서울로 집중된 수요가 수도권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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