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이라크전 파병이 중동 첫 파병

-지금까지 중동 6개국 13번 파병해

-이란 호르무즈해협 파병하면 14회째

-파병하면 이란과 '적성국 관계' 불가피

[김수한의 리썰웨펀]韓 중동에 총 13번 파병…14회째 이란 파병은 '역대급' 리스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 등 군 주요 지휘관을 초청해 오찬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미국의 이란 사령관 '참수작전'으로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한국군의 중동 파병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군은 1991년부터 현재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중동 6개국에 파병했다. 미국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할 때 지원차 보낸 것이다.

13회의 파병은 1991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군의료지원단, 1991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 공군수송단, 2003년 이라크 서희부대·제마부대·자이툰부대·다이만부대, 2010년 7월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오쉬노부대, 2011년 '아프간 항구적 자유작전' 참가를 위한 해성부대·청마부대·동의부대·다산부대 등 11회의 파병과 현재 여전히 파병돼 활동 중인 2개 부대(동명·아크부대)로 이뤄진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인 걸프전 발발 당시인 1991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국군의료지원단을 보낸 게 한국군의 중동지역 첫 파병이다. 이는 월남전 파병 이후 한국군의 두 번째 해외파병이며, 병력 150여명이 그해 4월까지 약 3개월간 근무했다.

1991년 2월에는 걸프전 지원을 위해 공군수송단 160여명이 UAE에 파병됐다.

2003년 미국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라크전 때는 4개 부대가 이라크에 파병됐다.

2003년 4월 서희부대(건설공병지원단)를 시작으로 제마부대(국군의료지원단), 자이툰부대(민사재건부대), 다이만부대(58항공수송단)가 이라크에 주둔했다.

총 파병 인원이 1만8000여명으로 중동지역에 파병된 부대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자이툰 부대는 파병 이후 이라크 아르빌에서 부대시설을 구축하고 앞서 파병된 서희부대와 제마부대를 통합했다.

자이툰 부대는 아르빌 지역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경찰과 정보기관 시설을 현대화하는 한편, 차량과 컴퓨터 등의 물자를 지원하고 군·경 치안요원 양성 과정을 지원했다.

◆한국, 1991년~현재 총 13회 해외파병=2010년 7월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돕기 위해 파견한 지방재건팀을 보호하기 위한 오쉬노부대를 파병했다가 2014년 6월 철수시켰다. 오쉬노부대 총 파병 인원은 1700여명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시작한 2011년에는 해성부대(해군 수송지원단), 청마부대(공군 수송지원단), 동의부대(국군의료지원단), 다산부대(건설공병지원단)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다. 각 부대의 총 파병 인원은 450여명∼1300여명 수준이다.

당시 한국군은 미국의 '아프간 항구적 자유작전'에 동참한다는 명목으로 부대를 파병했고, 지방재건팀(PRT) 경호 및 경비 임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레바논에 동명부대, 아랍에미리트에 아크부대가 파병돼 활동하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임무를 수행하는 동명부대는 유엔 레바논임무수행단(UNIFIL)에 소속돼 불법무장세력 유입 차단, 감시·정찰, 현지 주민 의료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2007년 7월 파병된 동명부대의 총 파병 인원은 7300여명이며, 현재 인원은 300여명이다.

2011년 1월 파병된 아크부대의 총 파병 인원은 2000여명이며 현재 인원은 150여명이다. 아크부대의 임무는 UAE군의 교육훈련 지원이며, 군사 작전을 수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명부대는 PKO 임무를 수행 중이어서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다만 UAE군에 대한 교육훈련 지원이 주 임무인 아크부대에게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등의 추가 임무가 주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크부대는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구출된 한국 화물선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한국으로 호송하는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향후 이란 영해에 포함되는 호르무즈해협에 한국군이 파병될 경우 14회째 한국군의 해외 파병이 될 전망이다. 한국 원유수송선의 70∼80%가 이란 호르무즈해협 항로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도 이번 파병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호르무즈 파병 방침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 공조 차원 호르무즈 파병 검토했지만…'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널라' 우려=이달 중 바레인에 사령부를 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연락 장교 1명을 보내 준비 작업을 하고, 2월에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있는 해군 함정을 호르무즈로 보낸다는 방안이 검토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안대로라면 아덴만 해역이 주 임무지역인 강감찬함과 오는 2월 임무를 교대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400t)이 호르무즈해협으로 임무 지역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왕건함 부대원들에게는 작전 지역이 임무 중 변경될 수 있다는 공지가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법률 검토 결과 새 부대의 파병이 아닌 기존 부대의 작전 지역 변경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정부는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상황이 급변해 파병 여부에 대해 공식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애초 최근 한미 방위비 분담금 갈등이 계속되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국 동맹국으로서의 기여도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파병'이 긍정 검토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섣부른 파병으로 이란을 적성국으로 삼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미국과 이란의 충돌 사태와 관련, 우리 국민과 기업의 보호, 선박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상임위원들은 이날 오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참석,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상황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현재 중동 미군 기지가 있는 이라크에는 우리 국민 약 1600여명, 이란에 290여명, 이스라엘 700여명, 레바논에 150여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사시 이들에 대한 소개령 등이 전개될 수 있을 만큼 상황은 긴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