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 아파트값 상승폭 축소
중저가아파트 몰린 지역 상승률 올라
강남권서 학군 인기지역 인기 계속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지역이나 가격대, 매매, 전세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 차별화 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규제 대상이 9억원 또는 15억원 초과 주택의 구매·보유로 구체화된 탓에 국지성이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5억원 초과 고가아파트가 몰린 강남권은 아파트값 상승폭이 주춤하며 12·16 대책의 약발이 통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강남4구의 아파트값(지난달 30일 기준)은 12·16대책 이후 2주 연속 상승폭을 줄였다. 지난달 16일 주간 변동률이 0.33%였던 데서 지난주 0.10%, 이번주 0.07%까지 떨어졌다.
12·16 대책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담보인정비율(LTV) 40%가 시가 9억원을 기준으로 차등 적용된 이후의 일이다.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가 적용되고, 15억 초과 초고가 아파트는 아예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다. KB부동산 리브온 기준(지난달 9일)으로 서울 전체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15.5%인데, 자치구별 해당 비중은 강남구(70.7%), 서초구(66.0%), 송파구(48.4%) 등의 순으로 높았다.
상대적으로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에서는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유지됐다. 영등포구의 아파트값은 전주 0.13%, 이번주 0.19% 올랐다. 영등포구는 자치구 내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65.8%로 서울 평균(62.9%)을 넘어선 곳이다.
강북구(0.08%→0.09%), 동대문구(0.06%→0.07%) 등도 실수요 위주의 구축 ‘갭메우기’로 상승폭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열기가 12·16 대책의 사정권을 벗어난 곳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 12·16 대책 이후 성북구, 노원구 등에서는 9억원 이하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를 높이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규제가 덜하고 세금부담이 적은 주택으로 수요가 몰릴 것을 내다보고 집주인들이 움직였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권에서는 전반적으로 ‘침체’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단지 연식이나 가격, 학군에 따라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는 12·16대책 이전만 해도 호가가 21억5000만~22억원 수준이었는데, 이후 19억7000만~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대출 중단에 이어 지난달 27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까지 겹치며 호가가 내렸다.
인근 준신축인 ‘잠실엘스’ 전용면적 84.8㎡의 호가는 대책 이전보다 1억원 가량 낮아져 19억5000만~20억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1층 매물이 17억80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달 말까지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한 19억원짜리 매물로 나왔지만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A공인중개업소는 “과거 대책이 나왔을 때는 높은 층도 호가가 2~3억원 빠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18억원대 물건을 찾는다는 문의는 오지만 집주인들이 그 정도까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현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팀장은 “강남구도 12·16 대책 이후 매수세가 다소 주춤해졌다는 지역이 있다”며 “다만, 학군 관련 지역의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온도 차도 나타나고 있다. 양천구는 매매가격 변동률(0.23%→0.10%)이 축소됐지만, 전세가격 상승폭(0.56%→0.61%)은 확대됐다. 강남권에서도 대치동, 도곡동 등에서는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격대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면서 양극화를 넘어 국지성이 심화하고 있다”며 “규제가 이어지는 동안 지역에 따라 수요자의 적극성, 거래량 등의 차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