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청와대 파견 경찰 근무자 수 공개 거부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요청해 이미 공개한 내용
警 “국회 자료요구권, 정보공개청구권보다 우선”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회의원의 요구로 이미 공개된 같은 자료에 대해 개인이 정보공개청구권을 행사해 자료를 요구하자 경찰청이 이를 거부해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정부기관의 비공개 오남용 사례의 예”라며 일반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의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2일 경찰청이 “비공개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자료는 ‘2015~2019년 청와대 파견 경찰 수·기간’이다. 경찰청은 자료 공개를 거부하며 “2015∼2019년까지 청와대 파견 경찰 수와 기간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호·제5호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 불가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당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청에 요구한 자료는 2000~2019년 ‘청와대 파견 경찰 수·기간’과 ‘안 청와대 외 다른 정부 부처·기관 파견 경찰 수·기간’이다. 경찰청은 청와대 외 정부 부처·기관의 파견 경찰의 수, 성(姓), 파견 기간 등을 공개했다. 그러나 청와대 파견 경찰의 수 등은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공개를 거부했다. 정보공개청구는 본지 기자 개인 명의로 이뤄졌다.
문제는 청와대 파견 경찰의 수는 지난해 11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의 요구로 이미 공개가 됐다는 데 있다. 당시 주 의원은 청와대에 파견 근무 중인 경찰은 모두 28명이지만 검찰 수사관은 8명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주 의원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일인 2017년 5월 10일 이후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 공무원은 모두 47명이라는 사실과 함께 파견 경찰의 계급도 공개했다.
경찰청은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이 개인의 정보공개청구권에 우선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와대에 대한 자료는 민감한 자료”라며 “개인에 대한 신분을 확인을 못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에 대한 자료를 내줄 수는 없다.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이 개인의 정보공개청구권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의 정보공개청구권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권리다. 해당법률은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 범죄의 수사에 대한 정보 등 8개의 항목을 제외하고는 정부기관은 개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은 국회법 제128조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것이다. 국회법 128조는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는 그 의결로 안건의 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와 해당 기관이 보유한 사진·영상물의 제출을 정부, 행정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128조는 자료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이 개인의 정보요구권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경찰청의 설명은 타당한 것일까. 이에 대해 법제처는 2014년 ‘국회가 안건심의, 국정감사,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가기관이 보유한 영상물의 제출을 요구한 경우에 이를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의에 대해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은 거부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개인 정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 취지 등을 이유로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은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경찰청의 설명대로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이 개인의 정보공개청구권에 항상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이다.
이에 대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청와대 파견 경찰은 주로 행정 업무를 한다. 국가의 안위와 크게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국회의 자료요구권의 개인의 정보공개청구권에 우선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번 사례는 정보공개 거부권을 남용한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