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강매하고 아내 항공권·골프채 받아챙기기도

아파트 살 돈 빌리고 “안 오른다”며 1000만원 안갚기도

유재수, 책 대납부터 골프채까지…검찰 “대부분 靑감찰서 이미 확인”

[헤럴드경제=박병국·문재연 기자] "아내 항공권 구매대금을 대신 결제해댤라", "내가 지정하는 사람들에게 내명의로 추석 선물을 보내달라". "오피스텔을 얻어달라…“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간부로 재직하면서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 대표들로부터 수년간 뇌물을 받아온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포착한 유 전 부시장의 비위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13일 유 전 부시장을 구속기소했다. 헤럴드경제가 이날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2015년 2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부동산업체 A씨로부터 총 2022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유 전 부시장은 2015년 9월 한 자산운용사 대주주 A씨에게 서울 강남 소재 오피스텔을 얻어달라고 요구해 그해 9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오피스텔을 공짜로 사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오피스텔 월세와 관리비 등 1300여 만원의 이득을 A씨로부터 얻었다. 또, ‘아내의 항공권 구매대금을 대신 결제해달라’고 요구해 두 차례 총 441만 4000원의 항공권 구매대금을 대신 지불하게 했다. 유 전 부시장은 A씨에게 아내에게 줄 골프채도 두 차례 요구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A씨에게 동생의 일자리도 만들어내게 했다고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친동생이 직장을 바꾸고 싶어한다’며 A씨의 회사에 취업하도록 청탁했다. 해당 업체에 취업한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은 2017년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억 7600여 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유 전 부시장은 해외파견 근무 시절인 2010년에도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2010년 4월부터 2018년까지 채권추심업자 B씨로부터 총 2193만 원의 뇌물을 수수했다. 유 전 부시장은 ”해외파견 근무를 나가기 전 강남에 아파트를 사두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니 2억 50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달라“며 같은해 4월 B씨로부터 총 2억 5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2010년 8월에는 B씨에게 ”사놓은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아 손해 볼 상황“이라며 돈을 빌려놓고도 1000만 원의 채무를 면제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B씨와의 채무관계를 통해 1700여 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얻었다고 봤다. B씨는 유 전 부시장이 미국에 있을 때도 유 전 부시장에 요구에 따라 200만 원을 보내고 아들들 용돈을 챙기는 등 재산상 편익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금융투자업체 대표 C씨에게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C씨 소유 골프빌리지를 무상으로 이용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총 13차례에 걸쳐 무상으로 골프빌리지를 사용하고, C씨에게 자신이 산 책을 대납시켰다고 파악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직무와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금융업자들에게 제공받은 경제적 이익을 뇌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금융위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자와 신용정보회사에 대해 설립 및 운영과정에서 법률상 인·허가, 관리감독, 규제제재 등 권한을 바탕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금융업자 등과) 금품 등을 매개로 유착될 경우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후 유 전 부시장을 기소하며 “중대 비리 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비서실 특별감찰반 감찰과정에서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해 12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비위 근거가 약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정상적으로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중단됐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곧 불러 이 같은 연락을 받았는지, 구체적인 연락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