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형사사건 이지만 헌법재판…성공보수 받아
일반 행정재판과 비교해 높은 인용률도 한 몫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다루는 기소유예 사건이 ‘형사 재판 성공보수’ 폐지 이후 변호사 업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상 형사 사건이지만,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이라 성공보수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12일 헌재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접수된 불기소처분 사건은 506건에 달한다. 그 중 25건이 받아들여졌고, 107건이 기각됐다. 접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303건이다.
형사사건 성공보수가 사라지고, 변호사 수가 증가하는 등의 요인으로 업계 불황이 겹치면서 그동안 기계적으로 처리되던 기소유예 처분 사건을 적극적으로 다투는 사례가 많아졌다. 헌법재판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법조인은 “과거에는 기소유예 사건은 그렇게 돈이 되는 사건이 아니었다. 형사 재판을 진행하면서 일종의 서비스로 진행을 해주던 사건”이라며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 이후에 성공보수에서 자유로은 기소유예 사건에 대한 변호사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최근 서울의 한 로펌은 기소유예 사건을 전담으로 처리하는 팀을 꾸리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과 노량진 고시촌의 헌법강의 스타강사 출신도 포함됐다.
기소유예는 검찰이 내리는 처분 중 하나다. ‘혐의가 인정되나 연령, 성품, 환경 등 사정상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의자에 따라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소유예 처분은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일부 피의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소유예 처분에 따라 직장을 잃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소유예는 전과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신원조회시 수사경력조회를 하게 되면 나온다. 또 해당 기록이 있으면 해외 유학이나 연수를 위해 비자 발급을 받을 경우 비자 발급 거부, 입국 거부 등의 불이익이 있을수도 있다.
이에 변호사 업계에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주겠다며 과도한 성공보수를 책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교수 자리를 보장 받은 A씨는 잠시 한국에 귀국했다가 성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A씨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자 헌법재판을 전문으로 한다는 변호사를 찾아 착수금 2000만원에 성공보수 8000만원을 약정하기도 했다.
기소유예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인용비율이 다른 행정심판이나 불기소처분에 대한 제정신청 등과 비교했을때 높은 것도 성공보수를 높이는데 한 몫 한다. 지난 한 해 헌재에서 처리된 불기소 사건은 638건 중 48건이 인용됐다.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내는 재정신청 인용율이 1% 미만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한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기소유예 처분의 경우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부족한 경우가 일부 있다. 재판관들이 심증을 덜어내고 보면 증거가 부족해보여 더 모아오라는 취지로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결정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