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과학자 이그나시 리바스
“지구에 안주해서는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없다. 유일한 대안은 지구 밖에 자립할 수 있는 제2의 문명을 만드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의 ‘제2의 지구’ 이야기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환경오염, 자원고갈에 직면한 현실에서 더 이상 공상으로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 한 천문학자의 ‘슈퍼 지구’ 발견에 천문학계는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11월 우주과학자 이그나시 리바스(Ignasi Ribas)가 이끄는 스페인 카탈루냐 우주연구소 국제공동연구진은 지구 환경과 유사한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공식 논문을 발표했다.
태양에서 약 6광년 떨어진 항성 ‘바너드별’을 도는 바너드별b로 명명된 이 행성은 지구 질량의 3.2배로, 바너드별을 약 233일 주기로 돌고 있다. 천문학계는 바너드별b에 원시적인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암석과 두꺼운 대기가 형성돼 있을 확률이 큰 슈퍼지구급 행성인 만큼 생명체가 살기 우호적인 환경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바너드별b가 주목 받는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다. 제2의 지구가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가’이지만, 아무리 지구 환경과 유사성이 높더라도 현재의 과학 기술을 이용해 도달할 수 없다면 무의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바너드별b는 태양에서 6광년이나 떨어져 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약 4000개의 외계 행성 가운데 두 번째로 가까운 외계행성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으로 알려진 프록시마가 센타우루스자리 A, B와 함께 3개의 별로 된 다중성계를 구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일 별 항성계로는 태양계에 가장 가까운 별이라 볼 수 있다. 현재 기술력으론 화성까지 도착하는 것도 6개월이 소요되지만, 미래에는 바너드별b로의 항해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바너드별b를 시작으로 지구와 멀지 않은 곳에서 외행성을 추가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리바스 연구진은 “도플러 기법으로 천체를 관찰하게 되면서, 태양계 밖의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탐험하는데 더 능숙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리바스 연구진은 지난 8월에도 지구에서 약 12.08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GJ 1061’ 주변에서 이 별을 도는 지구 크기의 외계행성 3개를 발견했다. 특히 이 가운데 가장 밖에 있는 ‘GJ 1061d’ 행성은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있는 ‘서식가능지역’ 안에 있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을 이끈 리바스 연구원은 다음달 10일 개최되는 ‘헤럴드디자인포럼 2019’에 연사로 나선다. 국제천문연맹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의 천체 물리학 부문의 대표로 재직한 그는 국제 저널에 180개 이상의 연구 작업을 출간한 바 있는 외계행성 연구분야 전문가다. 리바스 박사가 이끈 연구진의 발견은 지구 근방 외행성 연구에 있어서 매우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