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맥주축제, 밀맥주 본고장 에르딩서 열려

130여년 에딩거 역사 담긴 지역 전통 축제

맥주 소비량 12만ℓ…음악과 맥주, 춤과 사람

가족적인 분위기 속 열흘 간 20여 만명 방문

독일 바이에른주의 소도시 에르딩에선 지난달 30일 독일 3대 맥주 축제로 일컫는 '헙스트페스트 2019'가 개막했다. 헙스트페스트는 1886년 에르딩에서 가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맥주 회사로 성장한 독일 정통 밀맥주 브랜드 에딩거가 주최한다. 개막식을 여는 마차 행렬이 에딩거 맥주통을 실어 나르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소도시 에르딩에선 지난달 30일 독일 3대 맥주 축제로 일컫는 '헙스트페스트 2019'가 개막했다. 헙스트페스트는 1886년 에르딩에서 가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맥주 회사로 성장한 독일 정통 밀맥주 브랜드 에딩거가 주최한다. 개막식을 여는 마차 행렬이 에딩거 맥주통을 실어 나르고 있다.

[헤럴드경제·독일(에르딩)=이유정 기자] 맥주가 있기에 축제가 있는 곳.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소도시 에르딩은 지난달 30일 축제 열기로 달아올랐다. 독일의 3대 맥주 축제인 ‘헙스트페스트(Herbstfest)’가 막을 올리면서다.

헙스트페스트는 1886년 에르딩의 양조장에서 시작된 독일 대표 밀맥주 브랜드 에딩거가 주최한다. 올해로 79회째를 맞았다.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에 비해 전세계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헙스트페스트는 그래서 더욱 정겨운 마을 축제의 정취를 풍겼다.

음악대와 마차 행렬이 개막을 알린 오후 3시께, 에르딩 시내는 축제 인파로 들어찼다. 광장 가운데 마련된 생맥주 부스에선 에딩거의 대표 제품인 바이스비어를 팔았다. 쨍한 햇빛 아래 즐기는 맥주 한 모금은 축복이었다. 조용하던 도시는 금세 왁자지껄했다.

맥주 외에도 축제를 실감케 한 건 사람들의 의상이었다. 여자들은 던들(Dirndl)이라는 상체를 조이는 원피스를, 남자들은 가죽 반바지인 레더호젠(Lederhosen)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모두 독일 남부 지방에서 입던 전통 의복이다. 개막 전부터 뮌헨 및 에딩 시내 의류 매장은 축제 코스튬을 대대적으로 진열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H&M에서 한복을 파는 셈이었는데,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였던 전통 의상은 막상 축제와 완벽히 어울렸다.

에르딩 주민 프로비안(30) 씨는 “헙스트페스트는 전통을 가진 축제로 맥주는 에르딩의 자부심”이라며 “축제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연 맥주”라고 했다. 그에게 헙스트페스트 참가가 몇 번째냐고 묻자 너털웃음이 돌아왔다. 열 손가락으로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에르딩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리사(18) 씨는 “맥주와 음악을 즐기기 위해 축제를 찾았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만 16세부터 맥주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축제 첫 날 개막식을 찾은 인파. 에딩거 맥주를 판매하는 간이 부스에서 사람들이 주문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축제 첫 날 개막식을 찾은 인파. 에딩거 맥주를 판매하는 간이 부스에서 사람들이 주문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폭스페스트 광장을 채운 가운데 이름을 적을 수 있는 나무집게가 시선을 끌고 있다.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폭스페스트 광장을 채운 가운데 이름을 적을 수 있는 나무집게가 시선을 끌고 있다.

본격적인 축제의 장은 시내에서 도보로 15분가량 떨어진 폭스페스트 광장(Volksfestplatz)에 위치했다. 넓은 평지에 거대한 맥주 텐트와 각종 노점, 놀이 기구까지 별천지가 펼쳐졌다. 텐트 안은 로컬 밴드가 공연할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기다란 테이블과 좌석이 들어찼다.

에딩거 아시아퍼시픽 담당 올리버 헬빅은 “4000여 명을 동시에 수용 가능한 대형 맥주 텐트가 총 두 개 있다”면서 “사람들은 텐트 밖 비어가든에도 모이며 축제 기간 동안 약 12만 리터의 맥주를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헙스트페스트 맥주 텐트 내부 전경.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헙스트페스트 맥주 텐트 내부 전경.
무대 위 밴드 공연이 본격화하면서 의자 위로 오르기 시작한 헙스트페스트 참여자들.
무대 위 밴드 공연이 본격화하면서 의자 위로 오르기 시작한 헙스트페스트 참여자들.

500㎖ 맥주잔은 찾아볼 수 없었다. 1ℓ에 달하는 축제 전용 잔이 기본이었다. 가격은 한 잔에 8.9유로(한화 약 1만2000원). 헙스트페스트만을 위해 제작된 5.7%의 페스트 비어(Festbier·축제 맥주)였다. 에딩거의 일반 밀맥주보다 도수가 약간 높다. 분주한 종업원들은 한 잔도 들어올리기 벅찬 잔을 8개씩 거뜬히 들고 좌석을 오갔다.

오후 6시를 넘기자 축제는 열기를 더했다. 유모차 탄 아이부터 젊은 커플, 가족, 동창생, 중장년층 무리들로 남녀노소가 섞였다. 젊은이들은 미소를 주고받기도 했는데, 전통 의상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여성용 던들의 허리 리본이 왼쪽에 있으면 기혼, 오른쪽에 있으면 싱글이란 뜻이었다. 에딩거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도 축제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텐트를 찾은 베르너 브롬바흐 에딩거 회장은 관계자들과 연신 악수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프로스트(Prost·건배)!’ 곳곳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나둘씩 의자를 밟고 올라서더니 춤판이 벌어졌다. 무례한 돌발 행동이 아닌, 축제에서 허용하고 권장하는 문화였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낯섦은 곧 사라졌다. 맥주로 하나가 된 이들은 기자를 ‘새로운 친구(New Friend)’라고 불렀다. 헙스트페스트는 이날부터 열흘 간 더 열릴 예정으로, 연평균 20여만 명이 방문한다.

뮌헨에서 온 한 참가자는 “3주 뒤 열리는 옥토버페스트에도 갈 예정”이라며 “헙스트페스트는 독일 맥주 축제의 포문을 여는 축제로, 상대적으로 상업성을 띤 옥토버페스트에 비해 전통의 보전과 가족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