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 이어 아들 손자까지 3대째 메모리얼 대회 자워봉사를 하고 있는 부자의 모습.
할머니에 이어 아들 손자까지 3대째 메모리얼 대회 자워봉사를 하고 있는 부자의 모습.

PGA 투어 대회를 다니다 보면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새벽같이 나와 대회 운영 업무를 도와주는걸 보게 된다. 그 중 메모리얼 대회는 잭 니클로스가 주최하는 대회로 오하이오주 뮤어필드에서 열린다. 한적한 시골인 뮤어필드는 사람들이 좀 더 순박한데 이곳에서 특별한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홀 그린에 앉아서 볼 떨어지는 지점을 체크하고 있었던 것.

감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물어봤더니 사실은 그 아버지의 어머니부터 이 대회 자원봉사자를 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이 대회가 시작된 해인1976년부터 2016년까지 41년간 자원봉사를 하다 이제 힘에 부쳐 더 못한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제 16년째, 아들은 11년째이다. 당연히 대회장 근처에 살거라 생각했는데 예전에 이 동네에 살았지만 지금은 무려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 오레곤주에 산다고 했다. 아들도 아버지와 함께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휴가를 내고 대회장을 찾았다고 한다.

아버지와 함께 대회도 즐기고, 골프 그 자체도 즐긴다고 했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매년 오다 보니 몰랐던 선수들도 알게 되고, 항상 10번홀 그린에서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그린 읽는 법도 알게 되고, 아버지랑 선수들이 잘 못치면 흉도 보면서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그들이 쓰고 있는 모자에는 지난 대회 배지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직접 보여준 봉사의 가치, 돈 주고도 못 사는 유산을 아들은 받고 느끼고 있었다.

미국 골프대회 자원봉사자들은 한국과 달리 유니폼과 모자를 자비로 사야 한다. 할인된 가격이긴 하지만, 내가 자원봉사하는데 일할 때 입을 옷을 주는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한국 정서랑은 너무 다르다. 한국은 자원 봉사자들이 안나오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서 대회 주최 측이 곤란을 겪는 경우도 봤다. 미국은 반대로 너무 책임감이 투철해 때로는 융통성이 없기도 하다. 피곤하면 관두지, 안되면 말지 라는 식의 자원봉사자는 보기 어렵다.

매년 같은 대회장에 와서 대회를 즐기는 모습이 또 다른 인생의 재미를 알려주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 자원봉사 자체를 즐거워하고 대회에 참여한 것에 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조건없이 주기만 하면서 행복해하는 이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한국은 주로 대학생을 알바생으로 뽑아 적은 돈을 주고 일을 맡긴다. 자원봉사자들이 멋대로 안나오거나,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하고, 오히려 부탁하는게 많아서 더 피곤하다고한다. 하지만 국내대회에서도 자원봉사 참여자들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일도 하고, 대회도 즐기는 기쁨을 즐겨보기 바란다. 메모리얼 대회에서 만난 부자처럼 한 대회를 정해놓고 온가족이 매년 봉사를 하면서 골프와 함께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