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 넘게 급락

美 반도체 부진…삼성·SK 압박

트럼프 ‘WTO 개도국 지위’ 발언도 영향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코스피가 주초부터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하락세를 보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한 여파로 풀이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종가보다 7.13포인트(0.35%) 내린 2059.13에서 출발했다. 이후 2030대로 1% 넘게 떨어지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67억원, 89억원 순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이 283억원 매도 폭탄을 쏟아내며 코스피 지수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삼성전자(-1.27%)와 SK하이닉스(-2.76%) 등 대장주가 나란히 급락세를 나타냈고, 현대차(-1.15%), 셀트리온(-1.89%), LG화학(-1.80%), NAVER(-1.42%), 현대모비스(-2.44%), POSCO(-0.86%)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는 코스피에 대한 영향력이 큰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약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6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19%),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0.74%), 나스닥 지수(1.11%)가 일제히 상승했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02% 하락했다.

아울러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미국까지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며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멕시코, 터키 등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불안감이 커지고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한풀 꺾인 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WTO 개도국 지위 변경 발언 등 무역분쟁이 전방위 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한국 자체의 펀더멘털이 약하다보니 투자심리가 약화돼 있다”며 “특히 이번주는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인하 결정을 확인하고 가려는 심리가 짙게 깔려있어 투자자들이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농산물 위주이기에 상장종목엔 큰 영향이 없더라도 강대국이 자국 보호무역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수석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외국인이 매도로 전환했고 선물시장에서도 2000계약 넘는 매도로 바뀌었다”며 “외국인 선물 매도에 따른 ‘왝더독’(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움직이는 현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일본 니케이225 지수와 홍콩항셍지수 역시 각각 0.47%, 0.48% 떨어지며 나란히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장 초반 소폭 내림세로 출발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