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북한 신형미사일, 이스칸데르” 확인
-비행거리는 미사일 둘 다 600여㎞로 수정
-이스칸데르, 회피기동 특성..레이더도 회피
-지구 곡률로 생긴 레이더 음영구역 날아 충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당국은 북한이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과 유사한 비행 특성을 가진 새로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했다. 이 미사일은 KN-23으로 분류된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6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은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비행 특성을 가진 새로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합참은 전날 북한 신형 미사일 발사 직후 미사일 2발의 비행거리를 각각 430여㎞와 690여㎞라고 밝혔지만, 이날 둘 다 600여㎞를 비행했다고 수정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당국의 감시자산 분석을 통해 내려진 결과”라면서 “지구의 곡률에 따라 레이더에 음영 지역이 존재하는데, 어제 북한이 발사한 신형미사일이 저고도로 비행해 레이더 음영지역에서 계속 비행했기 때문에 발생한 오차”라고 설명했다.
미사일은 한국군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도 피해갔다.
◆北미사일 지구 곡률로 발생한 레이더 음영구역 비행..레이더도 회피=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신형미사일은 일종의 풀업(pull-up) 기동을 했다”며 “풀업기동은 일종의 상승기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군 관계자는 “‘풀업’이란 표현은 항공기 조종사가 조종간을 위로 당긴다는 의미”라며 “조종간을 잡아당기면 하강하는 항공기는 다시 수평에 가깝게 비행하게 되고, 수평 비행할 경우 조종간을 더 잡아당기면 항공기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지구의 곡률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의 레이더가 잡아내지 못하는 저고도의 음영구역으로 비행하는 새로운 능력을 탑재했다는 의미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5월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과 유사하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이라며 ”5월 발사 미사일과 이번 발사 미사일 모두 시험발사 단계“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26일 노동신문 등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을 했다면서 바퀴 8개의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치솟는 미사일 사진을 공개했다.
발사차량에서 세워진 미사일은 동체 연결고리를 폭발 볼트로 터트려 분리한 후 거대한 화염과 함께 수직으로 상승했다. 원통 형태의 동체와 동체 하단의 고체 엔진노즐 날개핀 등 지난 5월 발사한 것과 외형상 차이는 없었다.
북한은 관영매체들을 통해 이번에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의 비행 특성과 기술적 진전, 실전배치 등을 설명했다.
이들 매체는 “전투적 성능지표들이 만족스럽게 검증”되었다,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의 특성과 그 전투력 위력”을 확인했다 등의 표현을 썼다.
또한 이번 발사가 “위력시위사격”이라고 밝혀 최대사거리로 발사한 것이었음을 시사했다. 실제 2발 모두 약 600㎞를 비행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동형의 러시아 이스칸데르-M(사거리 500㎞)을 넘어선 수준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에 대해 “이스칸데르는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 조절에 따라 50~500㎞의 사거리를 넘나든다”며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처음부터 최대사거리를 700㎞로 설계,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700㎞는 상당히 의미있는 거리”라면서 “북한의 압록강변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700㎞이니 북한 어디에서든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서 후방 어디서나 발사할 수 있어 사전 탐지가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5월 4일 발사한 같은 미사일 1발은 고도 60여㎞로 240여㎞를, 5월 9일에 발사한 2발은 고도 45∼50㎞로, 각각 420여㎞, 270여㎞를 비행했다.
지난해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으나 지금까지 고도와 비행거리가 들쭉날쭉해 일단 시험 과정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5월 이후 이 미사일 성능 보완 작업을 지속해온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이날 ‘전투적 성능지표들이 만족스럽게 검증’됐고, ‘완벽성을 보여줬다’고 밝힌 것은 성능보강 작업이 끝나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새로 작전배치하게 되는 신형전술유도무기체계”라는 표현을 써 이번 발사로 검증을 마치고 곧 실전 배치할 것임을 공표한 상태다.
북한이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 특성‘을 보였다고 한 것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핵심 기능인 회피 기동의 비행 특성을 의미한다.
◆한미 군 당국 2개월간 "분석중" 이유는 특이 비행궤적=지난 5월 발사 때도 정점고도까지 올라가 하강하는 단계에서 회피 기동 비행 특성을 보였는데, 한미 군 당국의 분석 요원들은 북한 미사일 중 이런 비행 특성을 보인 기종이 없어 ’탄도미사일‘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다.
탄도미사일이라면 포물선 궤적을 그려야 하는데 종말 단계에서 ‘활강’ 특성을 보인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와 같은 성능의 기술을 확보했겠느냐는 의구심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도 종말 단계에서 활강, 상승 등 요격 회피 기동을하면서 약 600㎞를 날아갔고, 분석 요원들은 결국 “새로운 형태”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최종 비행거리는 미국 측의 다양한 탐지자산을 통해 분석했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도 보통의 탄도미사일과 다른 점이 바로 하강 단계에서 보여주는 비행 특성이다. 이스칸데르-M은 패트리엇(PAC-3)과 같은 요격용 미사일과 미사일방어(MD)용 레이더를 회피하게끔 ‘회피 기동’을 한다. 하강단계에서 활강을 하며 수직상승 등을 하다가 최종 단계에서는 80~90도 가까운 진입 각도로 목표물을 향해 마하 6 정도의 속도로 낙하한다.
군 당국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발사하면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으며, 유사시 주일미군 기지에서 한반도 해역으로 진입하는 미군 증원전력의 발을 묶을 수도 있는 이 미사일의 실전배치가 예고되자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스커드(300~700㎞)와 노동계열(1000~1300㎞)의 탄도미사일에 이어 남한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해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고, TEL도 8개의 바퀴형, 전차 궤도형 등 두 종류가 있어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자유롭게 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발사 전 TEL을 탐지해 선제 타격으로 무력화하지 못하면 하강 단계에서 요격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군 당국은 요격고도 40여㎞ 이상의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 유도탄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에서 도입할 계획이다. PAC-3 MSE 유도탄은 로켓모터와 미사일 조종 날개 등을 개선해 명중률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유도탄 사거리는 군이 운용 중인 PAC-3 CRI(사거리 20여㎞)보다 2배가량 길다. 주한미군은 기존 패트리엇을 이미 PAC-3 MSE로 전량 성능개량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의 핵심무기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철매-Ⅱ‘와 PAC-3,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요격고도 50~60여㎞), 주한미군 사드 등으로 중첩 방어망을 이뤄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군 관계자는 “패트리엇 등으로 북한의 신형 미사일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며, 향후 대응 능력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