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비싼 요격미사일 수입해 대응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에 매번 국방비↑

-'북한판 이스칸데르' 요격미사일 회피기동

-한미, 비행거리 산출마저 틀려, 사드무용론

[김수한의 리썰웨펀]北이스칸데르로 드러난 한미탐지자산 능력…'미사일방어방' 수십조원 물거품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다.[연합]
[김수한의 리썰웨펀]北이스칸데르로 드러난 한미탐지자산 능력…'미사일방어방' 수십조원 물거품되나
지난 25일 발사되기 직전에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에 탑재된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지난 2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지금까지 전개된 남북한 군비 공방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평가된다. 북한이 쏜 미사일을 한미 군 당국 첨단 레이더가 모두 제대로 탐지하지 못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남북 무기 공방전의 역사는 북한이 신무기를 개발하면 남한이 그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신무기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북한의 도발이 뜸한 틈을 타 그 무기를 국산화하는 과정을 되풀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과 대포, 탱크, 전함, 전투기 등의 재래식 전력 상으로 수입산 한국군 무기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북한은 전쟁 판도를 한 방에 뒤바꿀 수 있는 핵탄두와 미사일 개발에 전념했다.

핵탄두는 일반적인 원자폭탄부터 핵분열탄, 수소탄 등으로 위력을 점차 키워갔고 미사일도 스커드(300~700㎞)-노동(1000~1300㎞)-무수단(3500㎞)-화성(1만㎞ 이상) 등의 개발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전역, 괌 미군기지, 미 본토까지 타격할 능력을 순차적으로 키웠다.

한미 군사당국은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가는 미사일방어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였다. 쉽게 말해 날아오는 화살을 화살을 쏘아 맞춰 무력화한다는 개념. 그냥 적진을 향해 미사일을 날리는 것보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맞추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돈이 든다.

미군은 20㎞ 내외의 저고도에서는 패트리엇, 50~150㎞의 고고도에서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50~500㎞의 초고고도에서는 해상미사일요격체계 SM-3로 적 미사일을 맞힌다는 3중 방공망의 개념을 갖고 있다.

◆북한 미사일 개발할수록, 비싼 요격미사일 수입하기 급급=우리 군은 1980년대 개발된 미군의 첨단 요격미사일 패트리엇을 1990년대 들여왔고, 현재 주한미군과 한국군 모두 패트리엇을 운용하고 있다.

일단 패트리엇 수입가격은 천문학적이다. 패트리엇 1개 포대는 총 8개의 발사대와 통제소, 레이더 등으로 구성되며 1개 발사대에 4발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된다. 패트리엇 1개 포대는 한 번에 총 32발을 쏠 수 있다. 패트리엇 미사일 64기를 갖추려면 약 56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는 패트리엇 가격의 3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드 1개 포대는 사드 요격미사일 '인터셉터' 48발과 6개의 발사대, 레이더 등으로 구성되며 사드 1개 포대 구축 비용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추가로 우리 군은 미국과 일본이 개발한 해상미사일요격체계 SM-3 수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SM-3 체계 전체 가격은 사드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1발 가격은 약 20억원 선, 사드 요격미사일 '인터셉터' 1발 가격은 약 120억원 선, SM-3 요격미사일 1발 가격은 약 20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군은 패트리엇과 사드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대공 미사일 '천궁'을 개량한 중거리 요격미사일 체계 M-SAM(사거리 약 30㎞), 장거리 요격미사일 L-SAM(사거리 약 50㎞)이 그것으로 현재 M-SAM은 개발이 완료돼 향후 패트리엇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드를 대체할 L-SAM의 개발도 상당 수준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엇은 고도 20㎞ 내외, M-SAM은 약 30㎞, L-SAM은 약 50㎞, 사드는 50~150㎞, SM-3는 150~500㎞대에서 요격한다. 이 모든 것이 전력화 된다면 한반도 상공에는 총 5중의 방공방이 구축되는 것으로, 이 방공망 구축에만 수십조가 투여되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비용은 얼마 정도일까.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발사한 탄도미사일만 놓고 보면 총 31발로 스커드 16발, 노동 6발, 무수단 6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3발 등이다. 2012년 김정은이 집권한 뒤 5년여 간 발사한 탄도미사일 수가 김정일 집권 18년간 발사한 탄도미사일 16발의 2배 수준이다. 김정은 집권 초기 발사한 탄도미사일 31발의 가격을 우리 가격 기준으로 환산해 (많이 쳐줘도) 약 1100억원 수준이다. 북한의 물가 및 인건비 수준을 감안하면 수십억원~수백억원 수준이 될 거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우리 국방부가 지난 2016년 발표한 2017~2021년 국방중기계획에서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한 킬체인(도발원점 선제타격체계),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구축 예산은 7조9000억원이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31발의 약 80배 수준. 북한 물가와 인건비를 감안할 때 우리 예산은 수백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한반도에는 사드가 배치된 상태다. 지금은 주한미군 기지에만 배치돼 있지만, 앞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패트리엇처럼 한국군 부대에도 배치될 수 있다.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된 사드 비용은 미군이 부담했으나, 한국군 기지에 배치될 사드는 우리 정부가 수조원을 투여해 사와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 KN-23은 '사드 무력화'를 정확히 겨냥한 무기로 평가된다. 고도 50~150㎞ 상공에서 목표물을 요격하는 사드의 인터셉터에 대항해 북한은 KN-23을 고도 50㎞대에서 비행하는 발사체로 만들었다.

비행고도가 50㎞대라는 것은 사드의 탐지 후 반응 시간이 짧다는 것으로, 그만큼 사드로 요격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북한이 사드를 배치한 남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매진했고, 그 결과가 KN-23으로 나타났다고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전혀 새로운 미사일 출현에 비싼 요격미사일 애물단지되나=KN-23은 사드로 요격이 쉽지 않은 50㎞대 고도에서 비행하며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같은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패트리엇 등 요격미사일을 회피하는 비행을 한다. KN-23의 '원형'으로 불리는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하강단계에서 점차 내려오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다가 최종 단계에서는 목표물을 향해 마하6의 속도로 수직강하한다. 이런 식의 비행이라면 기존 요격미사일로 요격하기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KN-23에 대해 "풀업(pull-up) 기동을 한다"고 말했다. 공군에 따르면, '풀업'이란 항공기 조종사가 상승을 위해 조종간을 당기는 것을 말하는데, 풀업 기동이란 비행하던 KN-23 미사일이 하강 국면의 저고도에서 다시 한번 수평 또는 상승 비행을 해 예상보다 더 비행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미 군사당국이 수 차례에 걸쳐 이번에 발사된 KN-23의 비행거리를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비행궤도에 따라 비행거리가 쉽게 산출됐는데, KN-23의 이러한 회피기동 특성에 따라 한미 레이더가 정확한 비행거리 산출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의미다.

최초 한국군 탄도탄레이더 등 탐지자산은 발사된 KN-23 두 발의 비행거리를 모두 430여㎞라고 밝혔다. 반면 주한미군은 하나는 430여㎞, 하나는 690여㎞라고 수정했다. 그러나 한미 군사당국의 최종 결론은 두 미사일이 모두 600여㎞를 날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미 군사당국의 결론은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일단 한국군의 탐지자산은 50㎞대 저고도 비행 후 하강 국면에서 풀업 기동 등을 통해 회피 비행한 KN-23에 대해 170여㎞의 레이더 음영구역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레이더 음영구역이란 우리 군이 레이더로 파악하지 못하는 구간을 의미한다. 즉, 발사된 KN-23의 타격 목표가 어디인지 발사 초기에 결론내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 최강 미군 탐지자산의 한계도 본의 아니게 드러났다. 미군은 하나는 430여㎞, 또 하나는 690여㎞라고 주장했는데, 미군의 레이더 역시 첫 발에 대해서는 한국군과 같은 170여㎞의 레이더 음영구역을 가졌으며, 두 번째 미사일에 대해 미군 시스템으로도 정확히 탐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노출한 것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북한이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인 미국 레이더체계를 잠시나마 무력화시킨 것이다.

군 관계자는 "지구의 곡률이 있기 때문에(지구가 둥글어 생기는 각도가 있기 때문에) 레이더의 음영구역이 존재한다"며 "그로 인해 비행거리 산출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한미 군 당국이 실전에서 KN-23에 대응할 전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질문에 "패트리엇과 M-SAM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패트리엇과 M-SAM 등은 모두 사거리가 20~30㎞로 저고도 요격 가능한 체계다.

이를 놓고 군 당국이 북한 KN-23의 대응에 있어 사드의 무용성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