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상하이 대교가 보이는 곳에 조성된 양쯔듄스.
멀리 상하이 대교가 보이는 곳에 조성된 양쯔듄스.
중국은 송대의 추이환에서 골프가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송대의 추이환에서 골프가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의 기원에 관한 여러 학설이 있다. 고대 로마인들의 놀이 파가니카, 프랑스의 쥬드메이, 네덜란드의 빙판에서 즐긴 콜벤 등이 있지만 골프의 발상지는 스코틀랜드라는 게 다수 설이다. 중국은 지난 2006년 4월 중국골프협회와 고궁박물원을 통해 12세기 북송시대에 골프의 원형인 구기 ‘추이환(Chuiwan)’이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중국 송(宋)대의 위태가 쓴 동헌록(東軒錄)에는 한 관료가 자녀에게 공을 어떻게 쳐서 구멍에 넣는지를 가르치는 내용이 소개된다.

란하이 클럽하우스는 스페인 투스카나풍의 럭셔리한 건물이다.
란하이 클럽하우스는 스페인 투스카나풍의 럭셔리한 건물이다.

중국의 골프 원형 추이환 원(元)대에는 추이환 교습서에 해당하는 환경(丸經)이 나왔다. 내용을 보면 최대 10개의 나무채로 구멍에 나무공을 집어넣는 놀이인 추이환은 오늘날 골프와 흡사하다. 환경은 공이 놓인 상태를 10가지로 분류했는데 치(地)는 오늘날의 티잉 구역, 핑(平)은 평지, 아오(凹)는 오목한 곳, 투(凸)는 글자 모양 그대로고 양(仰)은 어게인스트, 쥔(峻)은 다운 힐, 외(外)는 아웃오브바운즈(O.B.)로 짐작된다. 홀마다 기준타수는 파 3인데, 한 타 적게 쳐서 홀아웃하면 일주(一籌)를 얻고, 홀인원은 이주(二籌)다. 공은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게임의 규정이 엄격하고 에티켓을 강조했다. 원나라 때 그려진 추이환 벽화에 오늘날 골프 형태의 경기를 하는 모습이 있다. 작은 언덕 너머에 두 명의 귀족이 오늘날 캐디에 해당하는 시종을 데리고 있는 그림이다. 명(明)대에 그려진 선종행락도(宣宗行樂圖)에는 선종 황제가 양 손에 클럽을 잡고서 몇 번 채로 칠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15세기 산시성에서 추이환을 하는 귀족의 그림도 있으니 상류층에 많이 보급됐던 모양이다. 중국 측 주장을 빌리자면 추이환은 몽고가 유럽을 정벌하던 중세 후반에 스코틀랜드에 전파되어서 골프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추이환도 오늘날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송, 원, 명을 거쳐 번성한 추이환은 만주족이 지배하던 청(淸)대 들어 한족의 반란을 우려한 조정이 백성의 체육 활동이나 무술 수련 등을 규제하면서 쇠퇴했고 어린이와 여성들의 유희로 축소되었다고 전한다. 추이환이 오늘날 골프의 원형이었다고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세상의 중심을 중국으로 해석하는 관념이 여기에 녹아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하지만 원래 스코틀랜드의 왕 제임스 2세가 군사훈련을 등한시할 것을 우려해서 골프를 금지한다는 칙령을 내린 게(1457년) 최초의 공식 골프 기록인 걸 보면 동서 위정자들의 고민은 비슷했던 것 같다.

조이 개론 란하이 총지배인(가운데)이 세계 100대 코스 패널을 모아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조이 개론 란하이 총지배인(가운데)이 세계 100대 코스 패널을 모아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핑안 그룹의 미래 전략상하이 해안의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모래섬인 충밍다오(崇明島)는 중국의 미래를 상징하는 친환경 지구다. 캘리포니아의 부촌처럼 꽃나무들이 도로 양편에 도열해 있다. 이곳에 들어선 곳이 란하이(攬海)인터내셔널 골프리조트다. 원래 란하이는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36홀 코스가 운영되던 고급 골프장이었으나 몇 년 전에 중국 최대 민간 보험사인 핑안그룹(平安集團)이 인수하면서 ‘중국몽(夢)’을 상징하는 골프 리조트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2006년 US오픈 챔피언인 호주의 제프 오길비와 저명한 코스 설계가 마이크 클레이튼, 마이크 코킹, 애슐리 메드가 연합한 호주의 OCCM을 초빙해 듄스 스타일로 리노베이션하고 ‘양쯔 듄스’로 재개장했다. 여기에 중국 역사속의 유희인 추이환을 끌어내 현재에 접목시켰다. 핑안그룹은 센젠(심천)의 중소 보험사에서 시작해 은행, 투자사로 성장한 글로벌 민영 금융 그룹이다. 센젠에는 높이 599미터로 세계 4번째로 높은 핑안국제금융센터가 세워져 있다. 원래는 660m로 중국최고를 지향했지만 항공기 충돌 우려로 첨탑은 취소되어 현재 높이로 축소됐다고 한다. 같은 한자인 핑(平)을 쓰는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 금융업계 총아로 급성장했다. 센젠에서 시작해 중국 경제의 심장인 상하이로 옮겨온 핑안의 대외 협력과 투자 창구의 하나가 바로 란하이리조트다. 골프장 옆으로 수십억원에 해당하는 집들은 이미 모두 팔린 상태다. 이 곳에 살고 있는 중국과 외국 기업 엘리트들이 교류하도록 조성한 곳이 바로 란하이 인터내셔널 리조트인 셈이다. 핑안이 추진하는 향후 프로젝트는 서양 투자자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세계 100대 골프 리조트 만들기인 듯하다.

란하이에서는 양쯔듄스 라운드 전에 18홀 퍼팅그린인 추이환에서 실제 추이환의 시연을 했다. .
란하이에서는 양쯔듄스 라운드 전에 18홀 퍼팅그린인 추이환에서 실제 추이환의 시연을 했다. .

란하이의 세계 100대에의 꿈 핑안그룹은 가장 먼저 인재를 영입했다. 지난 8년간 하이난의 샹킹베이 골프장 총지배인을 지내면서 2018년 <골프다이제스트>의 ‘미국 제외 세계 100대 코스’ 8위, <골프매거진>에서는 ‘세계 100대 코스 39위’에 올려놓은 미국인 조이 개론이 최적의 인물이었다. 골프선수에서 시작해 골프업계의 다양한 경력을 거쳐 중국에서 살고 있는 조이는 핑안그룹이 양쯔듄스를 세계 100대 코스에 올려 놓기 위해 영입한 최고의 능력자다. 조이는 톱100골프코스의 패널, 골프다이제스트, 골프매거진의 패널 행사를 주관하면서 중국 경제의 중심인 상하이에 조성된 듄스 코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프라이빗 리조트로 운영되는 이곳은 직원만 380명에 이른다. 36홀 2개 코스를 관리하는 직원만 75명이라고 한다. 잭 니클라우스의 내륙 코스는 지금은 숲이 우거지면서 우드랜드 코스가 됐다. 코스 옆으로 해자처럼 물이 흐르고 건너편에는 상하이의 부촌이 이어진다. 클럽하우스는 스페인 투스카나스타일로 조성했다. 객실 하나하나가 VIP룸으로 만들어져 있다. 베란다에 나와 보면 저 멀리 상하이 대교가 아득하게 보인다. 클럽하우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핑안 그룹이 수집한 와인들이 운동장처럼 넓은 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만찬이 열리면 심지어 악어 고기까지 코스 요리에 나온다.

상하이 충밍도의 모래사구에 조성된 듄스 코스.
상하이 충밍도의 모래사구에 조성된 듄스 코스.

양쯔듄스에 심은 중국몽 한자로 ‘장강(長江) 링크스’인 양쯔듄스는 중국 골프장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놨다. 2010년에 설립된 OCCM이 리노베이션한 코스는 거칠면서도 원래 그 자리에 코스가 있던 것처럼 자연적이다. 챔피언티는 7484야드에 레이디티는 5421야드로 티잉 구역은 모두 4군데였다. 중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자연스러운 모래땅 링크스 코스를 조성했다. 그리고 그걸 옛 중국의 귀족 놀이인 추이환과 연결시켰다. 양쯔 듄스 1번 홀에 나가기 전에 18홀의 퍼팅 그린을 조성했다. 요즘 미국 오리건 벤든듄스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대형 골프 리조트인 파인허스트에 선보이는 18홀의 퍼팅 그린을 여기서도 만든 것이다. 골퍼들이 라운드를 나가기 전에 직원들이 추이환을 공연한다. 명대 귀족 분장을 한 두 명의 골퍼가 시종 2명을 데리고 라운드를 하는 공연을 보고 라운드에 나가게 된다. 그건 중국몽을 세계 골퍼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문화 공연같았다. 중국에서 흔히 봐오던 코스와는 확실히 달랐다. 개장하자마자 ‘미국 제외 세계 톱100코스 6위’(골프다이제스트 2018년)에 오른 뉴질랜드의 타라 이티나 24위(골프다이제스트 2018)에 오른 호주의 킹아일랜드의 케이프 위켐을 연상시켰다. 모래 언덕 사구(砂丘)에 조성한 코스는 극도의 자연스러움과 함께 골프 코스의 다양한 전략성을 시험하는 무대다. 잘 관리된 정원같은 코스가 아니라 마치 사막이나 황야에 온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원초적인 골프의 모습과 마주하는 것이다. 명나라 귀족도 이렇게 골프를 했을까?

장강 사구의 비밀의 정원 4번 홀은 그중에 백미다. 마이크 클레이튼을 비롯한 OCCM 설계가들은 평평한 땅이었던 곳에서 티잉 구역을 거의 10미터 가량 흙과 모래를 돋워 세웠다. 거기에 올라가서 보는 전망은 마치 유럽이나 스코틀랜드의 듄스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가운데 마운드가 있는 스플리트 페어웨이로 샷가치가 뛰어났다. 홀마다 조성된 벙커들은 세계 최고의 샷가치 높은 코스로 꼽히는 미국 뉴저지의 파인밸리를 연상시켰다. 정확하게 타깃 골프를 해서 페어웨이를 지켜야 다음 샷에서 레귤러 온의 기회가 열린다. 어느 홀에서 티샷이 삐끗해 페어웨이옆 웨이스트(waste) 벙커에 들어갔다. 그곳은 맨땅과 같이 처리되므로 샷을 하고나서 고무래로 발자국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거기서 내가 한 샷은 자욱한 모래 먼지를 날렸을 뿐, 공은 또 다른 벙커로 들어가는 난관에 봉착했다. 홀을 마칠 땐 벙커를 오간 뒤 온몸이 모래인간이 된 듯했다. 동반자가 보면서 웃을 정도였다. 여기서 잘못한 샷은 모래범벅이란 가외의 벌칙까지 받는다. 그린은 살벌할 정도로 빨랐다. 페어웨이는 수많은 마운드가 있어 미묘한 샷 감을 자극했다. 모래톱이던 부지를 마치 원래 듄스 코스였던 것처럼 만들었다. 후반 홀을 돌 때 서쪽으로 해가 지는 낙조가 드리워지면서 코스의 세밀한 윤곽이 드러났다. 페어웨이도 평평하지 않고 올망 졸망한 마운드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코스에 출렁거렸다. 라운드를 마치자 그게 송, 명 시대 황야였는지 해외 사막을 헤매다 온 듯한 이국적이고 색다른 만족감이 함께 밀려왔다. 저멀리 신기루처럼 보이던 상하이 대교가 골프장을 벗어나면서 현실이 되었다. 복잡하고 번화한 상하이 도심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확실히 내가 알던 그 중국이 맞았다. 뒤를 돌아봐도 안개 속에 밀려드는 차량 행렬 뿐, 내가 하룻밤 머물던 모래 정원이 실제였나 꿈이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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