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가 지난 2012년 이래 최다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연초 고점 이후 20% 이상 하락하는 등 약세장을 이어가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감안하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신호를 회사 측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30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건수는 총 377건으로 지난해(289건) 대비 약 30.4%가량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이래 최다량이다. 2012년 자사주 매입 건수는 269건, 2013년 239건, 2014년 312건, 2015년 280건, 2016년 321건에 그쳤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평년 수준을 유지하던 자사주 매입 건수는 올해 10월 급증하는데,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시 급락이 자사주 매입 건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코스피 낙폭은 200년 IT버블, 2007~2008년 미국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대치이다.

박소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주된 이유는 ‘자기주식 가격안정 및 투자자가치 제고’이기 때문에, 결국 자사주 매입은 기업들이 보내는 기업 저평가 신호”라고 말했다.

실제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가격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 NH투자증권이 지난 2012년부터 유가증권ㆍ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신고일 이후 일정기간 누적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기업은 자사주 매입 신고 이후 5거래일 동안 코스피 등락률 대비 2%포인트가량 높은 성과를 거뒀다. 20거래일 이후, 60거래일 이후로 기간을 늘려도 각각 코스피 등락률을 2.7%포인트, 3.4%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코스닥 상장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사주 매입 신고일 이후 5거래일 동안 평균적으로 코스닥지수를 2%포인트가량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고, 20거래일 이후에는 2.6%포인트, 60거래일 이후에는 3.6%포인트 아웃퍼폼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올해 10월처럼 지수가 급락했던 시기에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경우로 시선을 좁히면 벤치마크 대비 초과성과는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NH투자자증권은 지난 2012년 이후 코스피ㆍ코스닥지수의 월별 최고점 대비 낙폭이 컸던 2012년 5월, 2013년 6월, 2015년 8월, 2018년 2월 중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일 이후 일정기간 벤치마크 대비 초과성과를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을 신고한 이후 5거래일 동안 코스피 기업은 벤치마크 대비 평균 3%포인트가량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신고일 이후 5거래일간 평균적으로 벤치마크보다 약 1.5%포인트 높은 성과를 거뒀는데, 신고일 이후 20ㆍ60거래일 누적 수익률의 평균값은 각각 벤치마크 수익률을 3%포인트, 5%포인트 아웃퍼폼하는 등 기간이 지날수록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박소현 연구원은 “이외에도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향후 주가 흐름이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최대주주가 지분율을 늘리는 가운데 해당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이는 단순한 주가 방어가 아닌 기업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