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수출환경마저 녹녹치 않은 상황 - 산안법 수정 통과ㆍ최저임금법도 눈앞 - 재계 우려에도 규제법안 잇달아 도입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투자활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정작 국내에서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이 속속 도입되면서 경제계가 내년 경영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주휴수당까지 산정대상에 넣는가 하면 외주 자체를 부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 기업들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단체와 재계는 “기업의 기(氣)를 살려달라고”고 간청하다시피 하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다.

경제단체 수장들의 신년사에도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여야가 지난 27일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안법 개정안의 쟁점사항에 합의했다. 어렵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경제계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사업주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음에도, 도급인을 비롯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와 산재 발생 책임을 확대하고 벌칙을 강화해 기업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최근 안전사고로 인한 산업재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재해 방지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 있는 기업들의 현실적인 상황과 의견을 더 많이 반영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향후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여기에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까지 산업계 전반을 덮치면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마저 둔화될 전망을 내놓은 상황에서 기업 규제법안까지 나오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은 내년 1분기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며 수출경기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국내 938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93.1을 기록했다. EBSI가 100을 하회한 것은 2017년 1분기 93.6을 기록한 이래 8개 분기 만에 처음이다.

이에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사산업협동조합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면 연간 7000억원 가량 추가 임금 부담이 발생해 국제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청와대 홈페이지내 국민청원에 ‘주휴수당 제도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 1만2000여명 이상이 참여의사를 표하면서 최저임금법과 관련한 여론도 싸늘하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소원 청구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2000년 이후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인상됐으며 국제적 수준도 이미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했다”며 “기업들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최근 고용 부진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취업자 증가폭은 2018년 2월부터 10만 명대 초반으로 급감했고, 7월 5000명, 8월 3000명으로 급격히 축소됐으며, 9~10월에도 5~6만명 증가에 그쳤다.

재계 기획담당 고위임원은 “규제를 풀어도 시원찮은 판국에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업들을 옭아매는 형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를늘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설비투자가 전달보다 5.1% 감소, 올해 6월 7.1% 줄어든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