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 나서는 다나 피라스 요르단 공주
‘페트라’ 보존 통해 이뤄내는 발전 설파 한국도 제주·북촌 등 ‘오버투어리즘’ 몸살 ‘관광·보호-발전’ 새로운 방향 제시 기대
“문화유산은 우리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담고 있는 것이 문화재다. 기념비나 건물과 같은 유형문화재는 인간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가를 증명한다. 시, 수학, 과학, 역사와 학문 등 글을 통해 전해지는 유산도 있다. 수로를 통해서는 자원 분배의 최적화를, 무역항로를 통해서는 사람과 문명을 관통하는 경제 건설을 목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문화유산을 관리해야하는 이유다”
다나 피라스 요르단 공주(Her Royal Highness Princess Dana Firasㆍ48)는 2016년 허핑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재 보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같이 밝혔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8의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다나 피라스 공주는 ‘Designing Future, Inspiring Past’(미래 디자인, 과거로부터 영감을 얻다)라는 주제로 한국의 청중들과 만난다. 그는 문화유산과 관광, 보호와 보존이라는 가치와 공공정책에 대해 경험을 나눈다. 최근 제주도와 북촌 등 일부 관광지가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한국사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지 관심사다.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폐해는 전세계 관광지 공통의 고민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자 세계적 고고학 유적지인 페트라도 예외가 아니다. 다나 피라스 공주는 페트라의 역사, 문화,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 1989년 설립된 비정부 기구인 페트라 내셔널 트러스트(Petra National TrustㆍPNT) 이사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보존과 발전이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보존을 통해 발전을 달성할 수 있음을 꾸준히 설파하고 있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The World Travel and Tourism CouncilㆍWTTC)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관광규모는 7조6000억달러(2014년기준ㆍ전세계 GDP의 10%)에 달한다. 관광산업은 자동차, 금융, 헬스케어 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요르단의 경우, 전체 GDP의 20.3%가 관광산업에서 나오며(2013년 기준), 국가 고용의 17.9%를 차지하는데, 요르단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페트라를 방문한다.
피라스 공주는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이런 ‘수치적 성장’ 외에 문화유산의 존재, 그 자체에 주목한다. 문화유산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풍성해지고, 질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는 “모노클잡지가 선정한 전세계 가장 살기 좋은 도시 25를 보면, 문화유산의 유무가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람들은 문화가 추앙되고, 혁신이 탄생하는 곳에 살고 싶어한다”며,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아름다움과 역사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는 디지털화된 현시대에 서로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IoT(사물인터넷)와 AI(인공지능)로 대변되는 4차산업시대에 문화재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올해 헤럴드디자인포럼 주제인 ‘지속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하다’는 가장 오래된 문화재의 보호와 보존에서 출발한다. 미래는 ‘지속가능함’을 전제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유물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다.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해선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나 피라스 공주는 본행사 기조연설에 이어 한국 디자인계 VIP들이 참여하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8 프리미엄토크에도 연사로 나선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