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판사 110여명, “성역없는 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 필요” 의결
-“특별조사단 조사만으로는 한계… 수사 배제하지 않아”
-법원 직접 고발은 ‘부적절’… 김명수 대법원장 입장 표명할 듯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일선 판사들이 한 데 모여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해 형사절차를 통한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 부장판사)는 11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하여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형사절차는 수사와 기소, 재판 등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미흡하다는 인식하에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전했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가 직접 나서 특정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절차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결의문에 넣지 않았다. 이미 다수의 고소, 고발 사건이 검찰에 접수돼 있고 재판주체인 법원이 고발을 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대표회의 안건에는 ‘수사촉구’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형사절차를 통한 진상조사’로 표현이 바뀌었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법에 따른 형사절차기 때문에 수사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에 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뜻도 밝혔다. 판사 뒷조사를 하거나, 청와대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을 담은 문서를 작성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는 법원행정처 일부 판사들이 했지만, 회의 참석자들은 직접 실행한 이가 누구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국민에 사죄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주권자인 국민의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 및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결의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논의결과도 관심있게 지켜보겠다”며 “일단 의견수렴을 마치고 그 내용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정해 (입장을)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대법원장 명의의 최종 조치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직접 관련자들을 고발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불필요하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대립구도를 만드는 게 부담스럽고, 고발자가 현직 대법원장이면 추후 관련 재판이 열릴 경우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검찰이 수사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정도의 소극적인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법관대표회의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법원행정처 문제 파일 410개를 공개할지 여부에 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김흥준 윤리감사관이 회의에 참석해 일부 파일을 판사들에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선 판사들은 대체적으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인 반면, 법원장급 이상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단독판사회의 결과 “성역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인천지법과 대구지법 등 산발적으로 열린 판사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은 임시회의를 통해 “수사할 경우 법관과 재판 독립 침해 우려가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고, 전국법원장회의도 “사법부가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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