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미국의 올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약 15분간 이뤄진 통화는 지난달 1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양국 재무장관이 주요 이슈에 대해 언제든 수시로 전화통화 등을 통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기로 한데 따른 것으로, 이번엔 환율보고서가 핵심 이슈였다.
이번 통화에서 김 부총리는 한국의 외환정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급격한 쏠림 등 급변동이 발생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한다’는 원칙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경상수지 흑자폭도 감소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한국은 미 환율보고서상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러한 점이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 잘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환율보고서는 이르면 이번주말, 늦어도 다음주에 발표된다.
동시에 양국 재무장관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상호 정보교환 등 적극 협력하고, 다음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등을 계기로 정책협의와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통화는 원화절상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면서 이것이 과거 일본경제의 장기침체를 가져온 ‘플라자합의’의 재판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내역 공개가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향후 이로 인해 당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원화가치가 절상되더라도 이를 적극 방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차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GDP 대비 달러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가지 기준에 해당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무역수지(220억달러)와 경상수지(GDP 대비 5.7%) 등 2가지 조건에 해당돼 현재 관찰대상국에 올라 있다. 한국은 시장개입 부문에서 지정 조건에 해당되지 않아 환율조작국을 피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시장개입 내역이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통한 투명성 제고방안을 미 재무부와 협의해 왔으며, 그 결과에 따라 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입내역 공개로 한국 외환당국의 손발이 사실상 묶이게 될 경우, 사실상 원화절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한국판 플라자합의’ 또는 ‘트럼플라자’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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