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법감독규정만 개정해도 삼성生, 전자 지분보유 제한 삼성물산, 바이오 지분 해법 금산분리, 금융지주에 ‘실마리’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 당선 채 한달이 안된 지난해 6월8일. 국회의사당 내 국회의원회관에서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문재인 정부 최우선정책과제를 제안한다’는 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재벌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교수의 발표가 이뤄진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정책에 반영됐거나 현재 추진중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산분리, 소수주주제,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시 경영참여 제한’ 등이다. 사회자였던 김 소장이 금감원장에 취임하면서 하나가 더 늘게 됐다.
당시 박 교수는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만으로 보험사 자산에서 채권과 주식의 보유금액을 취득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회에서 좌절됐던 ‘이종걸 법안’을 행정력으로 추진하자는 전략이다.
보험업법 106조는 단일 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총자산의 3%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1062만3000여주로 시가는 26조원에 달하지만 취득가는 5960억원에 불과하다. 40여년간의 시가변동이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만약 시가로 기준이 바뀌면 기준 초과분인 17.5조원 어치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시가변동에 따른 한도초과인 만큼 회사경영에 치명적인 부담이될 경우 금융위원회가 처분시한을 유예할 수도 있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삼성전자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따라서 순환출자를 피해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곳은 삼성물산이나 이건희 회장 일가 뿐이다. 이 회장 일가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계열사들이 매각하는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결국 해결사는 삼성물산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삼성그룹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설비능력과 생산능력이 워낙 뛰어나고, 구체적인 매출처가 분명해 향후 추가적인 주가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은 회사다. 이 회사의 1대 주주가 삼성물산, 2대주주가 삼성전자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사실 반도체 사업과 꽤 닮았다. 삼성전자로 지배구조를 단일화해도 무리는 없다.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만 14조원이 넘는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팔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 하나가 해결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도 가능하다.
삼성생명의 수혜도 상당하다. 삼성전자 지분을 팔고, 대신 변동성이 낮은 안전자산을 편입하면 재무건전성에 큰 도움이 된다. 그 동안에는 유동화도 어려운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주가) 변동 탓에 자기자본이 크게 출렁였었다.
김 원장이 금융권과 재계에 ‘저승사자’로 통하지만, 때로는 압박이 가져오는 변화가 새로운 전진을 위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