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차현욱(43ㆍ남ㆍ가명) 씨는 주말만 되면 한강변을 달리거나 자택 인근 산을 오르며 운동을 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운동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호흡이 빨라질 때 코와 입을 가린 마스크가 무척 답답하다. 그래서 마스크를 잠시 벗으면 시원하다가도 금세 목이 따끔거려와 운동 중에도 마스크를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고 한다.
이처럼 미세먼지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마스크를 챙기더라도 이동 중에 호흡이 불편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업용 마스크가 소비자용으로=의학계에서는 미세먼지 마스크가 호흡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아주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미국 흉부학회 가이드라인을 들어 보호용 마스크가 1회 호흡량을 감소시켜 호흡 빈도를 증가시키고, 폐포와 폐에서 환기를 감소시키는 한편 심박출량 감소 등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PM2.5 오염이 50㎍/㎥ 정도만 넘어도 ‘나쁨’으로 규정하고 마스크를 권장한다며 이런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과 싱가포르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세먼지는 입자크기가 매우 작아, 기존의 일반 마스크로는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회자되면서 산업장에서노동자들이 쓰던 산업용 마스크(respirator)가 일반 소비자용이 됐다고 꼬집었다.
▶발암물질을 그냥 흡입하라고?=반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가 폐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 유럽 9개국 30만명의 건강자료와 2095건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 논문에선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증가했다. 또 일반 미세먼지가 10㎍/㎥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미세먼지의 경우 혈관에까지 침투해 복잡한 염증 반응에 의해 혈관에 손상을 줘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확한 마스크 사용법에 대한 목마름=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황사, 미세먼지 등 방지책으로 KF80, KF94, KF99 등 보건 마스크를 인증하고 있다. 이들 마스크는 0.4~0.6㎛ 크기 미세입자를 80~99% 이상 걸러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성능 좋은 마스크만 쓰는 것이 최선의 대책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앞선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 예방 및 정책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하지원 에코맘 대표는 “미세먼지 발생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선택기준과 올바른 사용방법의 안내가 부족하다”며 “어린이를 위한 적절한 마스크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