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적 대화도 어려워질 가능성 -美, 대화기조 불발 책임 공 北에 돌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 정부가 20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 비공개 회담 성사 직전까지 간 사실을 공식확인하면서 북미간 탐색적 대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실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등에 북미접촉 불발 원인이 북한에 있다고 분명히 했다. 한반도 평화의 관문이 될 수 있는 ‘북미대화’를 망친 건 미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미 부통령실이 돌연 북미접촉 불발사실을 공개한 배경에는 펜스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사전 리셉션 자리를 피해 ‘외교결례’를 범했다는 비판과 물오른 남북해빙무드를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펜스 부통령이 대외적으로 대북압박 캠페인을 지속하는 한편,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관여(engagement)에도 적극 응해왔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아울러 북미간 탐색적 대화를 추진하더라도 유의미한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방한 전부터 대북압박 전선을 밟아온 점을 고려했을 때 북측이 회담에 적극 응했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아울러 미측에서 문재인 정부에 ‘펜스 부통령과 북측 대표단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을 표한 만큼, 미국 대표단과 북측 대표단이 북미회담에 적극적으로 응했다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실제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은 북측 대표단의 방남을 하루 앞둔 8일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는 남조선 방문 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며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도 전용기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지켜보자”면서도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전 아베 신조 (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 범위의 제재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10일 오후 북미 회담 일정은 청와대가 조성한 자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아사히 신문은 지난 13일 한미 관계자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에 각각 10일 오후 북미 회담을 제안했지만 양측이 모두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회담은 미국 측에 펜스 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표, 아이어스 비서실장이, 북측에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형식으로 짜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불발 배경과 관계없이 이번 일은 북미 간 유의미한 대화가 어렵다는 점을 제시한다. 남북대화 계기로 북미접촉에 대한 큰 기대감을 보였던 청와대가 펜스 부통령의 방한 이후 돌연 ‘신중 모드’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 계기 마련된 탐색적 대화에 북한이 응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된 마당에 미국이 또다시 탐색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펜스 부통령은)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외신기자들에게 말했다.
펜스 부통령이 11일 귀국 전용기에서 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대화하겠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동시에 하겠다”며 탐색 대화를 시사한 것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유력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책을 북한에 설명할 대화 기회가 있다면 하겠다”고 탐색 대화를 공식화하면서도 “대화가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화를 하더라도 북한의 의중을 탐색하고 미 정부의 ‘비핵화’ 입장을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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