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과거 운전자들은 초행길을 떠날 때 지도책을 펼쳤다. 위성항법장치(GPS) 수신기가 보급되면서 지도책은 내비게이션 단말기에 그 자리를 내줬다.
현재는 스마트폰이 내비게이션 자리를 점차 대신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최신 지도를 기반으로 실시간 교통 정보까지 반영해주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길 안내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지도책이나 내비게이션의 도움이 필수이듯 자율주행 자동차도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하려면 자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도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주행환경 인지능력’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엔 카메라ㆍ레이더(RADAR)·라이다(LIDAR)ㆍ초음파센서 등이 탑재돼 주변 환경 측정과 관련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각각의 데이터를 처리해 주변 환경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건 기술적으로 만만찮은 숙제다. 차량에 장착된 인지 센서는 아무리 값비싼 것이라 해도 상황에 따라 가시거리(可視距離)가 사람 눈보다 짧을 수도 있다. 운전 환경 정보는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힘들고, 인지 거리에도 제한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디지털 지도’가 꼽힌다. 디지털 지도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도로 환경 정보를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미리 저장해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지도는 내비게이션 지도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단 의미에서 ‘정밀지도’ ‘HD(High Definition)지도’ ‘HAD(Highly Automated Driving)지도’라고도 부른다.
아직 표준이 확고히 정해지지 않아 정밀지도에 포함된 정보 내용은 공급자별로 달라질 수 있다. 통상 자율주행 정밀지도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필요한 3차원 도로 환경 정보를 10㎝ 내지 20㎝ 수준의 정확도로 제공한다.
이 때 ‘3차원 도로 환경 정보’는 ▷차선 정보 ▷가드레일 ▷도로 곡률ㆍ경사 ▷신호등ㆍ표지판 위치 ▷교통 표식 등 기존 내비게이션 지도에 포함되지 않은 요소까지 아우른다. 이들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지 시스템을 보완하는 ‘또 하나의 눈’으로서 자율주행 판단ㆍ제어에 사용된다.
정밀지도를 구축하려면 각종 환경 인지 센서를 장착한 특수 목적의 측량 차량이 필요하다. 스트리트뷰(street view) 생성용 측량 차량을 떠올리면 된다.
측량 차량은 정밀지도가 필요한 지역을 직접 운행하며 주행 도로의 위치와 환경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어 후(後)처리 작업을 통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추출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인터넷과 연결된 클라우드 기반 지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자율주행 자동차는 도로를 주행할 때 인터넷이나 차량 통신을 통해 이를 내려 받아 쓸 수 있다.
관건은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플랫폼 탑재’다.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는 자율주행 정밀지도는 도로 형태나 표식 등 움직이지 않는 환경 정보뿐 아니라 공사(사고) 구간이나 차량 흐름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살아있는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시간에 따른 변화까지 반영되는 만큼 가장 효율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돕는다.
앞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에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정밀지도 플랫폼이 탑재된다면 자율주행 시스템은 사람의 직관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실시간 교통 데이터에 의한 경로 판단으로 탑승자가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을 찾아가게 해줄 것이다. 아울러 정밀지도 플랫폼은 연비 좋은 차량의 운행 계획에도 유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