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안전 지도 활성화 방안은 경찰청에서 담당해요.”(교육부)
“세부적인 내용은 행정안전부에서 알고 있어요. 거기서 총괄하거든요.”(경찰청)
“그것과 관련해서는 교육부나 경찰청이 담당해요.”(행정안전부)
고질적인 민원 전화 뺑뺑이다. 청와대는 ‘규제 혁신 토론회’를 열어 각종 규제를 없앤다고 나섰지만, 규제를 집행하는 공무원 사회에서의 민원 떠넘기기는 여전하다. 규제 풀기에 앞서 부처간 칸막이부터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규제 혁신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는 시점 정부세종청사에서는 관계기관 합동 교통안전종합대책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감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담겼는데, 교통약자를 보호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로 ‘방과후 어린이 교통 안전 지도 활성화’도 포함됐다.
등굣길도 아니고 하굣길에 교통 안전 지도를 어떻게 활성화 한다는 것일까? 관련해서 쉽게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먼저 교육부 담당자에게 문의 전화를 걸었다. “저희는 통학로 주변 공사가 있을 때 안전한 통행로를 확보하는 정책만 담당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의한 것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은 경찰청에서 담당하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민원 뺑뺑이 느낌이 들었지만, 교통 안전 관련 내용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어 경찰청으로 문의했지만, 담당자의 말은 달랐다. 행안부가 총괄하기 때문에 그쪽으로 문의를 해야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얘기었다. 이쯤이면 민원 뺑뺑이가 시작됐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한숨과 함께 행안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나마 약간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교통안전 지도 활성화는 경찰청과 교육부에서 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넘겼다.
결국 어린이 교통안전 지도 활성화에 동참하기로 한 녹색어머니회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는 “등굣길 교통지도도 쉽지 않은데, 하굣길 교통지도가 쉽겠냐”며,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공식 논의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이것만 봐도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교통안전종합대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행자 우선 교통체계 개편’, ‘교통약자 맞춤형 안전환경 조성’, ‘운전자 안전운행 및 책임성 강화’ 등 추상적으로 포장된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앞서게 된다.
법률에 따라 나눠진 역할이지만 어느 한 곳이라도 책임감을 갖고 대응했다면, 반나절이나 전화를 돌려야 하는 뺑뺑이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뺑뺑이가 고질적인 것은 칸막이가 높은 공직사회의 생태적인 영향이기도 하다. 법률에 근거해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게 나눠졌기 때문에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도 않는다.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지적을 받아왔음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정부 규제 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정권에서도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구호만 있을 뿐 실질적인 규제 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규제를 단두대, 전봇대, 암 덩어리 등으로 표현하며 없애겠다고 했지만, 실패가 되풀이됐다. 규제로 먹고 사는 공무원들에게 규제 개혁을 맡겨 놨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의 접근을 요구했다. 정해진 것만 빼놓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나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사후 규제’가 그 일환으로 제시됐다. 그 동안 민간 영역에서 요구해온 방식이어서 실효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새로운 방식의 규제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이행하는 공무원들의 부처간 칸막이부터 사라져야 한다. 문 대통령이 규제 개혁의 성공을 위해 이행과 실천을 강조한 것 역시 이 같은 부분을 염두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내 칸막이는 물리적 칸막이와 정서적 칸막이가 있다. 거미줄 규제를 만드는 다(多)부처 형식도 그렇지만, 실제 사무실에서의 칸막이 역시 많고 높다. 세종시 정부청사를 비롯해 일선 행정 기관까지 칸막이가 없는 사무실이 없다.
정서적인 칸막이도 여전하다. 민원 전화 뺑뺑이로 대변되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와 무책임주의, 무사안일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부처 칸막이를 낮추고 없애는 일부터 시작해야 규제개혁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pdj2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