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은퇴자에 선별 완화 전망…소득수준에 견준 집값 하향곡선…“심리 호전” vs “영향 없다” 팽팽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7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수준에 견준 집값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최 부총리의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가계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LTV, DTI 완화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별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후보자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LTV·DTI 규제는 도입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다양한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면서 “여건 변화를 감안해 LTV·DTI 규제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편집용)LTV-DTI 완화 공식화... 집값 움직일까-copy(o)1

앞서 지난 15일 최 후보자가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겨울이 언제 올지 모른다고 여름에 겨울옷을 계속 입고 있어서야 되겠나”며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사하고 그로부터 이틀 뒤인 17일 정부가 40세 미만 직장인과 은퇴자들에 대한 DTI 규제 완화 조치를 추가 연장한 바 있다. 향후 정부 또한 청년층과 은퇴자 등에 대한 LTV, DTI의 선별적 규제 완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LTV에 대한 지역별, 금융권역별 차별을 완화하고 실수요자에게 맞게 탄력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한국은행과 국민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 수준에 견준 집값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주택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23.4로 PIR이 처음 집계된 1986년 이후 지난해까지 평균치 42.3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자기자본으로 집을 살 여력이 늘었다는 얘기다.

LTV-DTI 완화 공식화…집값 움직일까

우리나라의 PIR 하락은 선진국 중에서도 두드러진 편이다.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 주택 PIR의 장기 평균 대비 하락폭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주택 매매가격 추이를 서울 지역 아파트로 좁혀보면 PIR은 상대적으로 높다.

서울 한강 이남 11개구의 PIR은 지난해 47.5로 전국 주택 평균 PIR의 2배를 웃돌았다. 장기간 평균치(59.7)와 비교해도 하락폭이 20.5%에 불과하다.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여전히 부모의 도움이나 대출 등 막대한 타인자본이 필요한 셈이다.주로 동원되는 타인자본은 대출이다. 이때 DTI와 LTV 규제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LTV·DTI의 완화가 일부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고 심리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경기 부양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LTV, DTI를 푼다는 것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겠지만 실제 부동산 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려면 거시 경제가 먼저 살아나 부동산 투자 심리가 회복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 시점에서 LTV, DTI를 완화됐다고 해서 빚내서 집 살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청년층, 은퇴자, 주택 구매 의향자 등에게 선별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면 주택 거래가 조금이나마 활성화될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